창가에 둔 로즈메리 화분은 잎을 스치기만 해도 짙은 향이 손끝에 남습니다. 닭고기나 감자를 구울 때 한 가지 꺾어 올리고, 남은 잎은 말려 두는 집도 많죠. 지중해 연안이 원산인 이 허브는 예부터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여러 통증을 달래는 데 쓰였습니다. 2026년 발표된 한 동물 연구는 로즈메리가 섬유근육통의 통증에도 도움이 될지 살폈습니다.
섬유근육통, 그리고 쥐 실험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은 뚜렷한 상처나 염증이 없는데도 온몸 곳곳이 오래 아픈 병입니다. 옷깃이 스치거나 살짝 눌리기만 해도 아프고, 원래 아픈 자극은 더 세게 느낍니다. 몸의 조직이 다쳤다기보다, 통증을 느끼고 조절하는 신경계가 예민해진 상태로 봅니다. 지금 쓰는 약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이 따르기도 해서, 다른 선택지를 찾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레서핀(reserpine)이라는 약물로 흰쥐의 신경 전달 물질을 줄여 섬유근육통과 비슷한 통증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로즈메리의 땅 위로 자란 잎과 가지에서 추출물 네 가지를 얻어 수컷과 암컷 쥐에게 주사했습니다. 기름에 잘 녹는 성분을 모은 정유와 헥산 추출물, 물이나 알코올에 잘 녹는 성분을 모은 에탄올 추출물과 물 추출물입니다. 비교 약으로는 신경통에 처방하는 가바펜틴(gabapentin)을 썼습니다.
네 가지 추출물 가운데 어느 것을 맞은 쥐든 가벼운 접촉, 온도 자극, 아픈 자극에 덜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그중 에탄올 추출물을 맞은 쥐에서 통증 반응이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통증 반응을 줄인 성분
연구진은 추출물마다 대표 성분을 골라 따로 시험했습니다. 감귤 껍질에 많은 헤스페리딘(hesperidin), 여러 허브와 채소에 두루 들어 있는 카페산(caffeic acid), 감귤류 향을 내는 리모넨(limonene)이 통증 반응을 줄이는 데 관여했습니다. 다만 세 성분만으로는 추출물의 효과를 다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추출물 속 다른 성분도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도 짚어 봐야 합니다. 로즈메리를 통증에 써 온 것은 오랜 민간 전승이고, 다른 종류의 통증을 살핀 임상 연구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쥐 실험입니다. 추출물은 먹이지 않고 배 안쪽에 주사했습니다. 양도 체중 1kg당 최대 300mg으로, 허브를 음식으로 먹는 양과 크게 다릅니다.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사람 연구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식탁과 화분에서 즐기는 법
로즈메리는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자리를 좋아하는 늘푸른 떨기나무입니다. 흙이 늘 젖어 있으면 뿌리가 상하기 쉬우니, 겉흙이 마른 뒤에 물을 주세요. 자주 잘라 쓸수록 곁가지가 늘어 나무 모양이 더 풍성해집니다.
- 차: 생잎 몇 장을 뜨거운 물 200ml에 5분쯤 우려 보세요. 물에 잘 녹는 성분이 우러납니다. 말린 귤껍질을 조금 곁들여도 잘 어울립니다.
- 요리: 잘게 다져 감자나 닭고기 구이에 올리거나, 빵 반죽에 섞어 보세요.
- 정유: 먹지 않습니다. 향을 맡는 용도로만 씁니다.
임신 중이거나 약을 꾸준히 먹는 분, 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분은 로즈메리를 차나 보충제로 많이 드시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음식에 곁들이는 정도라면 대부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화분에서 로즈메리 한 가지를 꺾어 구이 요리에 올려 보세요.
참고: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6, 섬유근육통 쥐 모델에서 살핀 로즈메리 추출물과 생리활성 대사물의 통증 완화 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