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10월, 텃밭 가장자리 복분자 포기에서 잎이 하나둘 떨어집니다. 여름에 열매를 맺은 묵은 줄기는 말라 가고, 올해 새로 올라온 줄기는 그대로 겨울을 넘깁니다. 냉동실에는 6월에 거둔 열매가 몇 봉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복분자(Rubus coreanus)는 한국·중국·일본에 자생하는 장미과 나무딸기입니다. 옛 의서는 이 열매를 어떻게 적었고, 오늘의 성분 분석은 무엇을 확인했을까요?
《동의보감》이 적은 복분자
17세기 초 허준이 펴낸 《동의보감》은 과일류를 모은 과부(果部)에 복분자를 覆盆子라는 이름으로 실었습니다. 성질은 평하고(차지도 덥지도 않다는 뜻), 맛은 달고 시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覆은 '엎다', 盆은 '동이(질그릇)'라는 뜻이고, 책은 이 이름이 그릇을 엎는다는 데서 왔다고 풀이했습니다.
거두는 때와 다루는 법도 남겼습니다. 열매가 오륙 할(50~60%)쯤 익었을 때 따서 볕에 말려 썼습니다. 같은 과부에는 봉류(蓬藟)가 따로 실려 있습니다. 봉류는 덩굴로 뻗는 멍덕딸기를 가리킵니다. 《동의보감》은 두 열매를 하나로 묶지 않고 갈라 적었습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의 복분자 항목에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책에 적힌 쓰임을 오늘의 치료 근거로 읽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출처: 허준, 《동의보감》 탕액편 과부, 覆盆子·蓬藟 조.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견주어 보기
성분 분석 연구는 복분자 열매에서 시아니딘(cyanidin) 계열의 안토시아닌을 확인했습니다. 열매를 검붉게 물들이는 색소입니다. 엘라그산(ellagic acid)과 엘라기탄닌(ellagitannin) 같은 폴리페놀도 함께 보고되었습니다. 이 성분들이 떫은맛의 바탕이 됩니다.
맛에서는 옛 기록과 오늘의 분석이 서로를 채워 줍니다. 《동의보감》은 달고 시다고 적었고, 오늘의 분석은 혀끝에 남는 떫은맛이 엘라그산과 엘라기탄닌에서 온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습니다. 옛 의서가 적은 약재는 덜 익은 열매를 말린 것이고, 텃밭에서 따 먹거나 잼으로 졸이는 열매는 다 익은 것입니다. 이름은 같아도 거두는 때가 다릅니다. 또 옛 의서는 약재의 쓰임을 적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분자를 먹었을 때 몸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성분 조성까지입니다.
텃밭에서 기르고 거두기
북반구 기준으로 3월이나 11월, 잎이 없는 시기에 모종을 심습니다. 열매는 6~7월에 거둡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함께 읽으면 좋은 글은 복분자 작물 도감에 모아 두었습니다.
복분자는 올해 자란 줄기에서 이듬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를 맺은 줄기는 그해에 말라 갑니다. 수확이 끝나면 밑동에서 잘라 내세요. 새 줄기에 햇볕과 바람이 잘 듭니다. 줄기에 가시가 있으니 손질할 때는 두꺼운 장갑을 챙기세요.
열매는 붉은빛을 지나 짙은 자줏빛으로 변했을 때 땁니다. 손끝으로 살짝 당겨 쉽게 떨어지면 먹기 좋게 익었습니다. 무르기 쉬우니 따는 대로 얕은 바구니에 펼쳐 담으세요.
식탁에 올리기
먼저 요구르트에 넣어 보세요. 플레인 요구르트에 복분자를 으깨 넣으면 산미가 겹치면서도 유지방이 떫은맛을 누그러뜨립니다. 색이 곱게 물들어 따로 꾸밀 것이 없습니다. 우유와 함께 갈아 마셔도 좋습니다.
제철이 6~7월로 짧아, 남는 열매는 잼이나 청으로 만들어 두고 먹습니다. 잘 익은 복분자를 설탕이나 꿀에 재우면 청이 되고, 설탕을 넣고 졸이면 잼이 됩니다. 복분자는 펙틴이 적은 편이라 졸일 때 레몬즙을 조금 넣으면 잼이 잘 굳습니다.
오늘은 텃밭 가장자리에 11월에 심을 복분자 모종 자리를 비워 두고, 냉동실 열매는 아침 요구르트에 으깨 넣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