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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lfo Medeiros on Pexels

동의보감

갓, 동의보감이 본 건강

매운맛으로 폐를 틔우고 속을 데우는, 텃밭의 겨울 채소

텃밭 한켠의 매운 잎

호미님, 늦가을 텃밭에 한 자리 내어 두면 좋은 채소가 갓입니다. 서리가 두어 번 내려앉아도 푸른 잎을 지키고, 오히려 추위를 맞을수록 잎이 도톰하고 매운맛이 짙어집니다. 갓잎을 한 장 뜯어 입에 넣으면 코끝까지 톡 쏘는 기운이 올라오는데, 이 매운 기운이 옛사람들이 갓을 약으로 여긴 까닭입니다.

밥상에서도 갓은 친숙합니다. 남도의 갓김치, 짭조름한 갓장아찌, 데쳐 무친 갓나물까지, 호미님 텃밭에서 거둔 잎 한 단이 겨울 밥상을 든든하게 채워 줍니다.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한 자리에서 오래 거두어 먹을 수 있으니, 작은 텃밭을 가꾸는 호미님께 갓은 고마운 채소입니다. 오늘은 이 익숙한 채소를 동의보감이 어떻게 보았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갓(芥)을 두고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性溫, 味辛, 無毒)"고 적었습니다. 따뜻한 성질과 강한 매운맛, 이 둘이 갓의 성격을 이루는 뼈대입니다.

효능으로는 "신장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아홉 구멍을 잘 통하게 하며, 귀와 눈을 밝히고, 기침과 치밀어 오르는 기운을 멎게 하며, 속을 데우고 머리와 얼굴의 풍을 없앤다(除腎邪, 利九竅, 明耳目, 止咳嗽上氣, 能溫中, 去頭面風)"고 보았습니다. 매운 기운이 막힌 곳을 열어 주고, 따뜻한 성질이 차가워진 속을 데운다는 풀이입니다. 또 "갓의 맛은 코로 돌아간다(芥味歸鼻)"고 하여, 그 매운 기운이 코와 호흡기 쪽으로 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

씨앗인 겨자(芥子)에 대해서는 따로 적기를, "풍독으로 인한 부기와 마비, 부딪혀 생긴 어혈, 허리 통증을 다스린다(治風毒腫及麻痺, 撲損瘀血, 腰痛)"고 하였고, 볶아 갈아서 장을 담그면 "오장을 잘 통하게 한다(能通利五藏)"고 보았습니다. 갓에는 황개·자개·백개가 있는데, 그중 흰갓(白芥)의 씨가 약으로 가장 좋다고 적었습니다. 흰갓씨는 "위로 치미는 기운을 다스리고 땀을 내며, 가슴의 차가운 가래를 삭인다(主上氣, 發汗, 胸膈痰冷)"고 하여, 살갗 속과 막 바깥에 든 가래는 이것이 아니면 닿지 못한다고까지 적었습니다.

정리하면, 동의보감은 갓을 따뜻하고 매운 성질로 속을 데우고 막힌 기를 통하게 하며, 특히 차가운 가래를 동반한 기침과 호흡기 쪽에 쓰는 채소로 보았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말한 "매운 기운이 코로 간다"는 표현은, 오늘날 갓 특유의 톡 쏘는 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갓을 비롯한 십자화과 채소의 매운맛은 그 채소가 지닌 성분에서 나오는데, 옛사람들은 이 자극을 두고 막힌 코와 호흡기를 틔워 주는 기운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또 동의보감이 갓을 "속을 데우는(溫中)" 채소로 본 점도 견주어 볼 만합니다. 갓은 겨울철 김치와 장아찌로 갈무리해 두고 오래 먹는 채소인데, 추운 계절에 따뜻한 성질의 채소를 챙겨 먹던 옛 살림의 지혜가 동의보감의 기록과 통합니다. 갓이 푸른 잎채소라는 점에서, 신선한 채소가 귀하던 겨울에 밥상에 초록을 더해 주던 쓰임도 옛 기록의 무게를 더해 줍니다. 다만 동의보감 기록은 어디까지나 전통 관점의 풀이이니, 오늘의 호미님은 갓을 골고루 먹는 겨울 채소의 하나로 받아들이시면 넉넉하겠습니다. 어느 한 가지 채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기보다, 제철에 거둔 여러 채소를 두루 먹는 살림이 몸을 편안하게 한다는 데에 옛 기록과 오늘의 상식이 함께 닿아 있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거둔 갓잎은 갓김치, 갓장아찌, 데쳐 무친 갓나물로 즐기기 좋습니다. 매운맛이 부담스러우면 살짝 데쳐 매운 기운을 누그러뜨린 뒤 무치면 한결 순해집니다. 씨앗을 받아 두었다가 볶아 갈면 겨자가루(芥子粉)가 되어 양념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의보감도 갓을 두고 "삶아 먹으면 기를 동하게 한다(煮食動氣)"고 적은 만큼, 매운 성질이 강한 채소임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속에 열이 잘 오르는 호미님이나, 위가 예민한 분이라면 양념이 진한 갓김치는 조금 덜어 가며 드시기를 권합니다. 겨자씨를 외용으로 찜질에 쓸 때는 피부 자극이 세니 시간을 짧게 잡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텃밭의 매운 잎 한 장에 옛 의서의 기록이 이렇게 담겨 있습니다. 이번 겨울, 호미님 손으로 거둔 갓 한 단으로 따뜻한 밥상 차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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