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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값비싼 송로버섯, 왜 어떤 나무에서만 열릴까요

흙 성분만이 아니라 뿌리 둘레의 미생물이 수확을 갈랐습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식당에서 얇게 저민 송로버섯(트러플) 몇 조각이 파스타 위에 올라가면 값이 훌쩍 뜁니다. 좋은 것은 1kg에 100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버섯을 밭에서 마음먹은 대로 길러 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나무를 심어도 어떤 나무 밑에서는 송로버섯이 맺히고, 바로 옆 나무에서는 몇 해가 지나도 소식이 없습니다.

밭에서 기르기 어려운 버섯

송로버섯은 참나무나 개암나무 뿌리에 붙어 함께 사는 버섯입니다. 그래서 재배 농가는 버섯 포자를 묻힌 묘목을 심고 여러 해를 기다립니다. 문제는 결과를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흙과 물, 심는 방식을 똑같이 맞춰도 수확이 나오는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가 갈립니다. 오랫동안 흙의 산도나 석회 함량 같은 조건이 그 갈림을 만든다고 여겨졌습니다.

답은 흙 아래 미생물에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내놓은 결과는 이 질문에 새로운 실마리를 줍니다. 송로버섯이 잘 맺히는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을 견주어 보니, 차이를 가른 것이 흙의 화학 성분만은 아니었습니다. 뿌리 둘레에 어떤 미생물들이 모여 사는지, 그 미생물 공동체의 구성이 크게 달랐습니다. 연구진은 송로버섯 자체가 주변 미생물 무리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어 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버섯이 자랄 환경을 어느 정도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뜻입니다.

이 관찰이 맞다면 재배의 초점도 옮겨 갑니다. 흙의 산도를 맞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뿌리 둘레의 미생물을 건강하게 지키는 쪽으로 관리가 넓어집니다. 아직 어떤 미생물이 결정적인지까지 이름을 붙이기에는 이릅니다. 다만 흙 성분만 보던 눈길이 살아 있는 생태계로 옮겨졌다는 점은 큰 소득입니다.

텃밭 흙을 살아 있게

송로버섯을 직접 기를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가 텃밭 가꾸는 우리에게 건네는 뜻은 작지 않습니다. 흙을 화학 성분의 목록으로만 보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미생물과 뿌리가 어우러진 생태계가 있고, 수치만 맞춘 흙보다 미생물이 활발한 흙에서 뿌리가 더 잘 자리 잡습니다.

우선 오늘 텃밭에서는 흙부터 살펴보세요. 잘 익은 퇴비나 부엽토를 한 줌 섞어 미생물이 살 자리를 내어 주세요. 갈아엎기를 줄이고, 겨울에는 흙을 맨살로 두기보다 낙엽이나 짚으로 덮어 주세요. 뿌리 둘레의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이런 손질이, 값비싼 버섯 농가가 새로 배우고 있는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주말, 퇴비 한 줌을 텃밭 흙에 섞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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