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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vitalina on Pexels

작물 도감

가지 꽃에 매달린 그 벌, 살충제 한 통에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새 살충제 설폭사플로르와 뒤영벌의 다음 세대

초여름 텃밭에 가지 꽃이 피면 굵고 털 많은 벌 한 마리가 꽃에 거꾸로 매달려 붕 하고 몸을 텁니다. 뒤영벌입니다. 바로 옆 고추 잎 뒷면에는 진딧물이 하얗게 붙어 있고, 창고에는 지난해 사 둔 살충제가 반쯤 남아 있습니다. 뿌릴지 말지 망설여질 때 알아 두면 좋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지와 토마토는 뒤영벌이 있어야 열립니다

토마토·가지·고추·블루베리의 꽃은 꽃가루주머니가 좁은 통 모양이라 바람이 불어도 꽃가루가 잘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뒤영벌은 꽃을 붙잡고 날개 근육을 빠르게 떨어 꽃가루를 털어냅니다. 꿀벌은 이 동작을 하지 못합니다.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토마토 꽃은 잔뜩 피는데 열매가 몇 개 안 달린다면, 이 일을 해 줄 벌이 오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식량 생산의 약 3분의 1이 이런 수분매개곤충의 활동에 기댑니다.

설폭사플로르가 번식에 남기는 변화

설폭사플로르(sulfoxaflor)는 진딧물·총채벌레를 잡으려고 만든 비교적 새로운 살충제입니다. 벌에게 해롭다는 지적을 받아 온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이 유럽에서 제한되면서 대신 쓰이는 일이 늘었습니다. 두 계열 모두 벌레의 신경 수용체에 붙어 작용합니다.

연구진은 뒤영벌에게 죽지 않을 만큼 낮은 농도의 설폭사플로르를 먹였습니다. 벌은 겉으로 멀쩡히 움직였지만 몸속 유전자 활동이 달라졌고, 그 변화는 번식과 관련된 조직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습니다. 앞선 실험에서는 비슷한 수준에 노출된 군체가 이듬해 여왕이 될 개체를 훨씬 적게 길러 냈습니다. 뒤영벌 군체는 가을에 태어난 새 여왕 한 마리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번식에 생긴 변화는 그해 여름이 아니라 다음 해 벌 숫자로 나타납니다.

다만 이 결과는 노출량을 정해 놓고 실험실에서 얻은 것입니다. 텃밭 몇 평에 한 번 뿌린 약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까지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래도 벌이 죽지 않는 농도에서도 번식 쪽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되풀이해 관찰됩니다.

텃밭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

  • 꽃이 핀 작물에는 살충제를 뿌리지 마세요. 꽃대가 올라오기 전이나 꽃이 다 진 뒤로 미뤄 보세요.
  • 꼭 뿌려야 한다면 해가 진 뒤 저녁에 하세요. 뒤영벌은 대부분 낮에 꽃을 찾아다닙니다.
  • 진딧물은 물줄기로 씻어 내리거나 손으로 훑어 내는 일부터 해 보세요. 초기에는 물 1리터에 주방세제 두세 방울을 풀어 잎 뒷면에 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약병 뒷면의 성분명을 읽어 보세요. 설폭사플로르나 플루피라디퓨론처럼 벌 독성 표시가 붙은 성분은 꽃 피는 시기를 피해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 텃밭 귀퉁이에 들깨·바질·보리지·꿀풀을 한 줄 심어 보세요. 작물 꽃이 다 지고 난 뒤에도 뒤영벌이 먹을 것이 남습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면 약병부터 집지 말고 고추 잎을 몇 장 뒤집어 보세요. 진딧물 몇 마리는 물줄기만으로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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