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9~10월, 덩굴을 걷어 내면 손바닥만 한 호박이 한꺼번에 여러 개 나옵니다. 몇 개는 바로 쪄 먹어도 나머지는 부엌 한쪽에 쌓이기 쉽습니다. 얇게 썰어 말리면 겨울까지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호박을 썰어 볕에 말린 호박고지를 겨울에 물에 불려 볶아 먹어 왔습니다. 다만 어떤 온도로 말리느냐에 따라 속살의 주황색 성분이 얼마나 남는지가 달라집니다.
네 가지 온도로 말려 본 호박
연구진은 모랑가(moranga) 호박 가운데 작은 품종을 골라 실험했습니다. 모랑가는 브라질에서 둥글납작한 주황색 호박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호박을 썰어 선반형 열풍 건조기에 넣고 50℃, 60℃, 70℃, 80℃ 네 가지 온도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렸습니다. 열풍 건조는 오래전부터 써 온, 비용이 적게 드는 보관법입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속살의 물기가 빨리 빠졌고, 80℃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말랐습니다. 연구진은 이 건조가 열을 계속 넣어 줘야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점도 계산으로 확인했습니다.
빨리 마르는 온도와 성분이 많이 남는 온도는 서로 달랐습니다. 말린 호박에 남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는 60℃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말린 호박 1g에 약 117마이크로그램(µg)이 남았고, 연구진은 60℃를 이 호박에 알맞은 건조 온도로 꼽았습니다.
60℃에서 가장 많이 남은 까닭은 카로티노이드의 성질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카로티노이드는 열과 산소에 약합니다. 70~80℃에서는 열에 상한 양이 많았고, 50℃에서는 마르는 데 오래 걸려 공기에 닿는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연구진이 이 까닭을 따로 재어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주황색 속살이 몸에서 하는 일
호박 속살의 주황색은 카로티노이드에서 나옵니다. 이 가운데 베타카로틴(beta-carotene) 같은 성분은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뀝니다. 비타민 A는 어두운 곳에서 눈이 적응하도록 돕고, 피부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영양학에서 오래 확인된 내용입니다.
이번 연구는 말린 뒤에도 호박에 카로티노이드가 넉넉히 남는다는 데까지 확인했습니다. 말린 호박을 먹은 사람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말린 호박은 제철 채소가 줄어드는 겨울에 비타민 A의 재료를 보태는 식품 정도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카로티노이드는 기름에 녹는 성분입니다. 기름을 조금 두르고 볶거나 견과류와 곁들이면 몸에 더 잘 흡수됩니다.
집에서 60℃로 말려 보세요
텃밭에서 거둔 작은 호박이 있다면 이번 가을에 한번 말려 보세요.
- 반으로 갈라 씨를 긁어내고, 두께를 고르게 맞춰 썰어 주세요. 두께가 들쭉날쭉하면 얇은 조각만 먼저 타기 쉽습니다.
- 식품 건조기는 60℃에 맞춰 주세요. 오븐을 쓴다면 가장 낮은 온도로 두고 문을 조금 열어 습기를 빼 주세요.
- 다 마른 호박은 밀폐 용기에 담아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세요. 카로티노이드는 빛과 공기에 닿으면 조금씩 줄어듭니다.
- 먹을 때는 물에 불려 들기름이나 올리브유에 나물처럼 볶거나, 수프와 죽에 그대로 넣어 보세요.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처럼 속이 짙은 주황색인 호박에도 같은 온도를 써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모랑가 한 품종만 다뤘으니, 처음에는 60℃에서 시작해 마른 뒤에도 색이 짙게 남는지 눈으로 살펴보세요.
오늘 거둔 호박 한 개를 골라 60℃에서 말려 보세요.
참고: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미니 모랑가 호박의 열풍 건조 온도와 카로티노이드 보존 연구,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