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고 텃밭에 나가 보면 상추 고랑 사이가 바랭이로 덮여 있습니다. 호미로 긁어내다 허리를 펴는 순간, 농자재 코너에서 본 제초제 통이 떠오릅니다. 한 번 뿌리면 사흘 만에 잡초가 누렇게 마른다는 그 약입니다. 호주 곡창지대의 농민들도 사십 년 넘게 같은 갈림길 앞에 서 왔습니다.
호주 농민이 파라콰트를 놓지 못한 이유
호주 남부의 밀·보리 재배지는 흙이 마르고 바람이 셉니다. 파종 전에 밭을 갈아엎으면 겉흙이 날아가고 겨우 머금은 물기가 빠집니다. 그래서 흙을 갈지 않고 씨를 넣는 무경운(no-till) 방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쟁기가 하던 잡초 제거를 제초제가 대신했습니다.
처음에는 글리포세이트 한 가지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약을 해마다 같은 밭에 뿌리자 그 약이 듣지 않는 독보리가 퍼졌습니다. 농민들이 찾은 대안이 파라콰트(paraquat)입니다. 잎에 닿은 조직을 며칠 안에 말려 버리고, 저항성 잡초에도 아직 잘 듣고, 값이 쌉니다. 넓은 밭을 부치는 농가일수록 이 약을 먼저 찾게 됩니다.
값이 싼 대신 되돌릴 수 없는 것
문제는 사람에게 들어갔을 때입니다. 파라콰트는 해독제가 없습니다. 20% 농축액을 기준으로 열 밀리리터 남짓만 삼켜도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응급실에 일찍 가도 폐가 굳어 가는 손상을 막기 어렵습니다.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이 약을 밭에서 걷어냈습니다. 유럽연합·중국·말레이시아·브라질을 비롯해 최소 74곳에서 파라콰트 사용은 불법이며, 가장 최근에는 미국 버몬트주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도 2011년 등록을 취소하고 2012년 판매를 멈췄습니다. 그 뒤 농약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여러 역학 연구가 파라콰트와 파킨슨병의 관련을 되풀이해 보고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노출이 얼마만큼 위험을 키우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릅니다. 호주 규제 당국은 완전 금지 대신 쓰는 양과 용도를 줄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저항성 잡초를 누를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농민들의 사정이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텃밭에서 잡초를 다루는 법
몇 평짜리 텃밭은 호주의 밀밭과 사정이 다릅니다. 약에 기대지 않고도 잡초를 눌러둘 방법이 남아 있으니, 올여름에는 이렇게 해 보세요.
- 두둑에 짚이나 낙엽을 손가락 두 마디 두께로 덮어 씨앗이 싹틀 빛을 막아 주세요.
- 꽃이 피기 전에 뽑으세요. 씨 한 번 맺으면 이듬해 손이 몇 배로 갑니다.
- 비 온 다음 날 흙이 부드러울 때 뿌리째 뽑아 보세요. 힘이 절반만 듭니다.
- 통로는 예초기로 짧게 깎고, 작물 옆은 호미로 긁는 식으로 나눠 두세요. 일이 줄어듭니다.
- 어떤 농약이든 원래 통에 라벨을 붙여 잠가 보관하고, 음료병에는 절대 옮겨 담지 마세요.
오늘 텃밭에 나가거든 상추 고랑에 짚부터 한 줌 덮어 주세요. 여름 내내 호미 들 일이 확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