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감

우유 단백질, 콩 씨앗에서도 만들어질까요

소를 거치지 않고 카세인을 얻는 연구, 그리고 여름 끝 텃밭 콩 한 줄

8월 말 텃밭에서 콩 포기를 들추면 꼬투리가 손끝에 단단히 걸립니다. 껍질을 벌려 초록 알을 꺼내 씹으면 고소한 맛이 올라옵니다. 그 고소함의 바탕에는 씨앗이 여름 내내 쌓아 둔 단백질과 지방이 있습니다. 콩을 심어 본 분이라면 늦여름에 알이 얼마나 빠르게 여무는지 아실 겁니다. 씨앗은 싹 틔울 때 쓸 양분을 미리 저장해 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소가 만드는 우유 단백질도 씨앗 안에 담을 수 있을까요? 최근 한 연구가 이 물음에 답할 단서를 내놓았습니다.

우유 단백질을 식물에서 얻기 어려웠던 까닭

우유에 든 단백질 가운데 8할 가까이는 카세인입니다. 치즈가 덩어리로 뭉치고 우유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성질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런데 카세인은 아미노산이 이어진 상태만으로는 제 몫을 하지 못합니다. 소의 젖샘 안에서 카세인 여러 군데에 인이 붙고, 그 부분에 칼슘이 달라붙어 아주 작은 알갱이로 모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물에 고르게 퍼지고 치즈로 굳습니다.

식물 세포에는 젖샘이 하는 이 처리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식물에 소의 카세인 유전자를 넣어도 단백질이 많이 모이지 못하거나 세포 안에서 잘게 분해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소 없이 진짜 우유 단백질을 얻으려는 시도가 여기서 여러 번 멈췄습니다.

씨앗이 카세인을 함께 저장한 과정

연구진은 카세인 유전자를 씨앗이 익는 시기에만 켜지도록 넣었습니다. 씨앗에는 저장 단백질을 담아 두는 주머니 모양의 소기관이 있습니다. 콩이나 유채 씨앗이 자기 단백질을 그 안에 빽빽하게 쌓아 두는 곳입니다. 카세인도 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분해되지 않고 모였습니다. 젖샘의 처리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씨앗이 원래 갖고 있던 저장 능력만으로 우유 단백질을 담아 낸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이라면 소를 쓰지 않고 우유 단백질을 얻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봅니다. 다만 아직 실험실과 온실 단계입니다. 씨앗에서 뽑아낸 카세인이 치즈로 굳는 성질을 식품 수준까지 갖추는지, 거두는 양이 비용을 감당할 만한지, 식품 안전 심사를 어떻게 통과할지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 매장에서 살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텃밭 콩을 기르며 챙길 것

이 연구가 실험실을 나오더라도 텃밭 콩이 우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씨앗에 단백질이 얼마나 촘촘히 들어차는지는 텃밭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른 대두는 무게의 3분의 1 남짓이 단백질입니다. 밭에서 거두는 작물 가운데 손에 꼽히는 양입니다. 고기 반찬을 줄이고 싶다면 콩 한 줌이 도움이 됩니다.

  • 심는 시기: 중부 기준 6월 중순까지 심고, 포기 사이는 25cm쯤 벌려 주세요.
  • 거름: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붙잡아 쓰므로 질소 거름은 적게 줍니다. 넉넉히 주면 잎만 무성해지고 꼬투리가 덜 달립니다.
  • 물: 꽃이 피고 꼬투리가 부풀 때만 마르지 않게 살펴 주면 됩니다.

풋콩으로 먹으려면 꼬투리가 통통해지고 아직 초록일 때 포기째 뽑아 소금물에 5분쯤 삶아 보세요. 밥에 넣을 콩이나 메주콩으로 거두려면 잎이 다 떨어지고 꼬투리가 갈색으로 마를 때까지 두었다가, 맑은 날 베어 며칠 말립니다. 꼬투리를 흔들어 소리가 나면 털기에 알맞습니다.

오늘은 텃밭 한 줄만 콩에 내주세요. 늦여름에 삶아 먹는 풋콩 한 줌이, 소 없이 단백질을 얻는 연구보다 먼저 손에 들어옵니다.

참고 — 식물 종자에서 우유 단백질 카세인의 생산과 저장을 다룬 분자농업 분야 최근 연구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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