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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식물이 더위를 버티는 두 번째 방법

기온이 오를수록 드러나는 식물의 열 감지 경로

여름 텃밭에서 상추가 갑자기 웃자라고 잎이 쓴맛을 내기 시작하면, 더위가 왔다는 신호입니다. 작물은 겉모습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세포 안에서 열을 감지하고 그에 맞춰 생장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식물이 열을 감지하는 방법

식물 세포에는 파이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가 있습니다. 이 수용체는 빛의 파장을 감지하는 동시에 주변 온도 변화에도 반응합니다. 기온이 오르면 파이토크롬의 분자 구조 일부가 바뀌고, 이 변화가 세포 안에서 열 신호로 전달됩니다. 식물은 이 신호를 받아 잎 면적을 넓히거나, 꽃피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종자 형성 일정을 조정합니다.

그런데 파이토크롬이 열 감지를 전담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닙니다.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 연구팀은 이 주된 감지 경로가 억제되더라도 식물이 여전히 열에 반응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보조 감지 경로가 따로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주된 경로가 억제되어도 이어지는 반응

연구팀이 파이토크롬 기능을 억제한 식물에 온도를 올렸을 때, 식물은 여전히 열에 맞춰 생장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때 관여한 것이 열충격단백질과 연관된 보조 경로입니다. 세포 내 단백질 일부가 열로 변형되기 시작하면, 그 신호가 별도의 경로로 유전자 발현을 조정합니다.

이 보조 경로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된 감지 경로가 정상 작동할 때는 활성화되지 않다가, 기온이 급격히 오르거나 주된 경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동합니다. 두 경로가 함께 작동하는 덕분에 식물은 더 다양한 온도 조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이 연구가 뜻하는 것

여름 기온이 해마다 높아지는 상황에서 작물의 열 감지 능력은 수확량과 직결됩니다. 같은 폭염이라도 잎이 타거나 꽃이 일찍 지는 품종과 그렇지 않은 품종 사이에는, 이 분자 수준의 차이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보조 감지 경로를 이해하면 더위에 잘 견디는 품종을 개량하거나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품종 개량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기온 상승에 식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원리를 밝히는 작업은 농업과 식량 생산에 필요한 토대입니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텃밭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아침 일찍 물을 주어 지표면 온도를 낮춰 주세요. 멀칭으로 지온을 잡아 두면 작물이 열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식물 자체의 열 대응 능력을 믿되, 그 능력이 과부하되지 않도록 재배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여름 텃밭 관리의 요점입니다.

오늘 실천: 폭염 예보가 있는 날 아침, 물을 주기 전 지표면에 손을 대 보세요. 뜨겁다면 짚이나 부직포 멀칭을 덧대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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