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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쇠무릎, 텃밭 한쪽에서 봄 순과 가을 뿌리 거두기

생육 적온 18~25℃, 반그늘을 견디는 여러해살이풀 — 씨 뿌리기부터 뿌리 말리기까지

가을 들어 밭둑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바지 밑단과 양말에 작은 열매가 잔뜩 붙어 옵니다. 산길을 걷고 온 날 종아리에서 한참 떼어 내던 그 열매죠. 이 열매를 맺는 풀이 쇠무릎입니다. 줄기 마디가 굵게 불거진 모양이 소의 무릎을 닮아 붙은 이름입니다. 《동의보감》도 마디가 학의 무릎 같기도 하고 소의 무릎 같기도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적었습니다. 들과 길가 그늘에 흔한 여러해살이풀이지만, 텃밭 한쪽에 자리를 정해 두면 봄에는 어린순을, 가을에는 뿌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심기 — 물 빠지는 반그늘에 뿌립니다

쇠무릎은 온대의 들과 산기슭, 길가 반그늘에 나는 풀입니다. 생육 적온은 18~25℃이고, 기온이 5~30℃ 사이라면 자랄 수 있습니다. 추위에 강해 겨울에는 땅 위 부분만 말라 죽고, 이듬해 봄 뿌리에서 다시 올라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자생하고, 중국이 주산지입니다.

씨는 북반구 기준 3~4월에 뿌립니다. 자리를 고를 때는 먼저 흙을 살펴보세요. 물이 고이거나 돌이 많은 자리에서는 뿌리가 곧게 내리지 못합니다. 뿌리까지 거둘 생각이라면 씨를 뿌리기 전에 흙을 깊게 일궈 돌을 골라내 두세요. 그늘을 견디는 풀이라 한낮 볕이 조금 가려지는 담장 옆도 괜찮습니다. 씨를 뿌린 뒤에는 흙을 얇게 덮고, 싹이 틀 때까지 겉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챙겨 주세요.

돌보기 — 번지는 씨를 먼저 챙깁니다

쇠무릎은 여름 더위와 그늘을 함께 견딥니다. 길가에서 절로 자라는 풀이라 한여름 물은 겉흙이 바싹 말랐을 때 주면 됩니다. 다만 챙길 일이 하나 있습니다. 가을에 열매가 여물면 열매를 싸는 조각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 옷과 짐승 털에 붙습니다. 씨가 이렇게 붙어서 옮겨 다니는 것을 식물학에서는 부착 산포라고 합니다. 그래서 텃밭 한쪽에 두면 이듬해 여기저기서 새 포기가 올라옵니다.

번지는 범위를 줄이려면 씨를 받을 포기 한두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열매가 여물기 전에 이삭을 잘라 두세요. 밭일을 마친 뒤 옷에 붙은 열매를 그때그때 떼어 모아 두면 엉뚱한 자리에서 올라오는 포기가 줄어듭니다.

거두기 — 봄에는 순, 가을에는 뿌리

자리를 잡은 포기라면 한 해에 두 번 거둘 수 있습니다. 북반구 기준 4~5월에는 뿌리에서 올라온 어린순을 끊어 나물로 씁니다. 10~11월에는 뿌리를 캡니다. 잎이 시들기 시작할 무렵 포기 둘레를 넓게 파고, 뿌리가 끊기지 않도록 천천히 들어 올려 보세요.

《동의보감》은 길고 굵으며 부드럽고 윤기 있는 뿌리를 좋은 것으로 쳤고, 음력 이월·팔월·시월에 뿌리를 캐 그늘에 말린다고 적었습니다. 캔 뿌리는 흙을 씻어 내고 썬 뒤 바람이 잘 드는 그늘에서 말려 두세요. 몇 포기는 캐지 않고 남겨 두면 이듬해 봄 그 자리에서 다시 순을 거둘 수 있습니다.

먹는 법 — 순과 뿌리는 쓰임이 다릅니다

어린순은 데쳐서 나물로 먹습니다. 향이 옅은 나물이라 된장과 들기름에 무치되, 된장 간을 세게 하지 않아야 순의 맛이 남습니다. 데친 순을 씹을 때 느껴지는 결은 식이섬유에서 오고, 순에는 채소에 흔한 무기질인 칼륨도 들어 있습니다.

말린 뿌리는 달여서 우슬차로 마십니다. 달이기 전에 마른 팬에 살짝 볶으면 구수한 맛이 나고, 대추나 생강을 몇 조각 넣으면 흙내가 누그러집니다. 물을 넉넉히 잡고 약한 불에서 오래 달여 보세요.

쇠무릎속 뿌리에서 20-하이드록시엑디손 같은 엑디스테로이드를 분리했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같은 분석에서 올레아놀산 계열의 트리테르펜 사포닌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뿌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여 줄 뿐, 차로 마셨을 때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까지 밝힌 것은 아닙니다.

《동의보감》은 우슬(牛膝)이라는 이름으로 이 풀을 실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쓰고 시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일명 백배(百倍)라 했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은 오늘날의 판단 기준과 다르니, 옛 기록으로 읽어 두시면 됩니다.

오늘 밭둑이나 산길에서 옷에 붙어 온 쇠무릎 열매가 있다면 떼어 종이봉투에 모아 두세요. 북반구라면 내년 3~4월, 물 빠지는 반그늘 한쪽에 뿌릴 씨가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草部 牛膝 ·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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