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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별꽃 — 옛 의서가 적어 둔 이름과 지금 텃밭의 봄나물

《동의보감》은 별꽃을 번루(蘩蔞)로 적었습니다. 그 기록과 오늘의 성분 보고를 나란히 놓고, 기르고 먹는 법까지 이어 봅니다.

9월 밭을 고르다 보면 흙 틈에서 손톱만 한 떡잎이 올라옵니다. 잎이 둥글고 마주 붙었으며 줄기가 바닥을 따라 낮게 퍼진다면 별꽃(Stellaria media)일 때가 많습니다. 이름도 모른 채 호미로 긁어내던 풀입니다. 서늘하고 축축한 온대 지역에 널리 퍼져 자라는 작은 풀이니 뽑아 버리기 전에 한 번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어 둔 별꽃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번루(蘩蔞)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옛 한국어 이름은 'ᄃᆞᆯᄀᆡ 십가비'입니다. 성질이 평하고 조금 차다고도 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계장초(雞腸草)라는 다른 이름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줄기가 덩굴지고, 끊으면 실 같은 것이 이어집니다. 가늘고 속이 비어 닭의 창자를 닮았다는 풀이입니다. 손질 기록도 남았습니다. 삶아 나물로 먹고 생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병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표제와 원문 풀이는 《동의보감》 번루 항목에 옮겨 두었습니다.

오늘의 성분 보고와 견주면

지상부를 분석한 자료에는 사포닌(saponin) 계열 성분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확인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비타민 C가 나물류 가운데 비교적 높게 측정되었다는 기록도 있으나, 채취 시기와 부위에 따른 편차가 컸습니다. 성분이 있다는 보고이며 그 이상으로 읽을 자료는 아닙니다.

  • 비타민 C —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
  • 사포닌 계열 — 데친 물에 거품이 이는 배당체 성분
  • 칼륨 — 채소류에 흔한 무기질
  • 식이섬유 — 질감을 이루는 불용성 섬유

옛 기록과 겹치는 자리는 먹는 법입니다. 삶아 먹고 생으로도 먹었다는 대목이 지금 손질법과 그대로 이어집니다. 갈라지는 자리는 효능 쪽입니다. 성질과 맛으로 몸의 상태를 가르던 옛 설명은 성분 분석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겹치는 것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기록으로 남겨 두시면 됩니다.

가을에 트고 봄에 거둡니다

별꽃은 서늘한 철에 잘 자랍니다. 북반구 기준 9~10월에 씨가 떨어져 싹이 트고, 잎을 땅에 붙인 채 겨울을 난 뒤 3~5월에 연한 줄기를 거둡니다. 남반구라면 반년을 옮겨 잡으세요. 따로 씨를 뿌리지 않아도 밭 가장자리나 화분 흙에서 저절로 올라오는 때가 많습니다. 여름 더위가 오면 줄기가 질겨지고 꽃이 피면서 맛이 떨어집니다.

거둘 때는 꽃대가 서기 전 연한 순만 가위로 잘라 주세요. 뿌리를 남기면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올라옵니다. 길가나 밭 둘레에서 뜯을 때는 농약을 친 자리와 차가 다니는 곳을 피하시고, 흐르는 물에 두세 번 헹궈 흙을 털어 주세요. 잎이 얇아 오래 담가 두면 물러집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 성분 표는 별꽃 작물 도감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데쳐 무치고, 죽에 얹고

끓는 물에 숨이 죽을 만큼만 데칩니다. 사포닌 계열 성분 때문에 데친 물에 거품이 일 수 있으니 그 물은 버립니다. 향이 옅은 나물이라 한국에서 흔히 쓰는 된장(doenjang, 콩을 발효한 장)으로 간을 잡습니다. 물기를 꼭 짜고 된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무쳐 보세요. 된장을 많이 넣으면 풀 향이 묻히니 양을 줄입니다. 잎이 얇아 기름이 잘 배니 볶은 깨까지 더하면 밋밋함이 덜합니다. 무친 뒤에는 곧바로 상에 올려야 물이 생기지 않습니다.

밥이나 흰죽에 넣는 법도 있습니다. 잘게 썰어 밥이 다 될 무렵 얹거나, 흰죽이 끓을 때 마지막에 넣어 주세요. 열을 오래 받지 않아 잎 색이 남습니다. 삶아 먹고 생으로도 먹는다던 옛 기록이 여기까지 이어집니다.

오늘 밭을 정리하신다면 가장자리 한 뼘은 손대지 말고 남겨 두세요. 지금 트는 싹이 겨울을 나고 봄의 첫 나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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