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베란다의 바질 화분은 며칠만 지나도 잎이 다시 빽빽해집니다. 끝순을 따 주면 곁가지가 늘어 잎이 더 많아지죠. 아침마다 한 줌씩 따서 샐러드와 파스타에 얹다 보면 이런 질문을 검색하게 됩니다. 바질을 매일 이만큼 먹어도 괜찮을까요?
답은 먹는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음식에 넣는 생잎과 농축한 정유 보충제는 같은 식물에서 나왔어도 몸에 들어가는 성분의 양이 크게 다릅니다.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이라면 따져 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잎 한 줌에 든 성분
바질(Ocimum basilicum)은 인도·이집트·인도네시아·태국·이탈리아에서 많이 기르는 허브입니다. 북반구 기준 5월에 씨를 뿌리면 6월부터 10월까지 잎을 거둘 수 있습니다. 잎의 향은 정유(essential oil) 성분에서 나오며, 리날룰(linalool)과 유게놀(eugenol)이 그 향을 만듭니다. 잎에는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도 들어 있으며, 여러 조성 분석에서 이 성분들이 확인되었습니다. 카로티노이드의 하나인 베타카로틴(beta-carotene)과 지방에 녹는 비타민K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효능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아쉬운 소식도 있습니다. 시험관과 동물 실험에서 항산화 지표가 보고되었고, 바질 정유가 여러 세균과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했다는 시험관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항균 실험은 농축한 정유를 배지(미생물을 키우는 영양 물질)에 직접 넣은 조건이었습니다. 사람이 요리에 쓰는 만큼 먹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본 연구는 아직 드뭅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잎에 무엇이 들었는가까지입니다. 효능 쪽 근거가 이만큼이므로, 먹는 양을 따질 때는 주의할 성분을 먼저 보는 편이 맞습니다.
항응고제를 먹고 있다면, 양을 고르게
바질은 잎에 비타민K가 많은 허브입니다. 비타민K는 피가 굳는 과정(응고)에 쓰이고, 와파린(warfarin) 같은 항응고제는 이 과정을 늦추는 약입니다. 그래서 비타민K를 먹는 양이 날마다 크게 바뀌면 약의 효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호미클럽 작물도감은 바질의 일부 정유 성분이 혈소판 응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적어 두었습니다. 혈소판 응집은 피를 멈추게 하는 혈소판이 서로 뭉치는 일입니다.
도감이 권하는 기준은 끊기보다 고르게 먹기입니다.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은 많이 먹는 것을 피하고, 먹는 양을 날마다 비슷하게 유지합니다. 주말에 페스토 한 병을 만들어 다 먹고 다음 주에는 전혀 먹지 않는 식으로 양이 크게 오르내리면 문제가 됩니다. 복용 중이라면 바질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을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먼저 알려 두세요.
정유 보충제는 잎과 따로 봅니다
바질 정유에는 에스트라골(estragole)이 들어 있습니다. 메틸 카비콜(methyl chavicol)이라고도 부르는 성분입니다. 이 정유를 고용량 보충제로 오래 먹으면 간에 부담을 주거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물 실험에서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도감은 음식에 넣어 먹는 양은 안전한 범위로 보고, 신선한 잎이나 차로 먹기를 권합니다.
차이는 농도에서 옵니다. 정유는 잎에서 향 성분만 뽑아 진하게 모은 것이어서, 캡슐 한 알에 든 성분을 생잎으로 채우려면 훨씬 많은 잎을 먹어야 합니다. 앞의 항균 실험도 배지 위에서 얻은 결과여서 정유 캡슐을 먹을 근거로 삼기 어렵습니다.
보충제 라벨에 툴시(tulsi)나 홀리 바질이라고 적혀 있다면 다른 종(Ocimum tenuiflorum)입니다. 인도에서 보고된 여러 임상 연구도 이 종의 추출물을 다룬 것이어서, 화분의 스위트 바질에 그대로 옮겨 읽을 수 없습니다. 보충제를 고민 중이라면 먼저 성분표에서 종 이름과 정유 함량을 확인해 보세요.
매일 먹는다면 이렇게 드세요
항응고제를 먹지 않는 사람이 화분에서 딴 잎을 음식에 넣는 수준이라면, 앞의 주의는 대부분 해당하지 않습니다. 남은 일은 향과 성분을 덜 잃고 먹는 것입니다.
- 불은 먼저 끄세요. 오래 가열하면 정유가 날아가 향이 약해지므로, 파스타나 피자에는 조리를 마친 뒤 잎을 올려 보세요.
- 올리브유와 함께 드세요. 올리브유·잣·마늘에 바질을 넣어 가는 페스토 제노베제(pesto genovese)가 대표적입니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K는 지방에 녹는 성분이어서 기름과 함께 먹을 때 더 잘 흡수됩니다.
- 토마토와 짝지어 보세요. 토마토·모차렐라·바질에 올리브유를 두르는 카프레제(caprese)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조합입니다.
- 식후에 차로 우려 보세요. 남아시아와 지중해에서는 오래전부터 바질 잎을 차로 마셔 왔습니다. 전해 오는 기록일 뿐, 현대 연구로 확인된 효과는 아직 없습니다.
- 남은 잎은 줄기째 물에 꽂아 상온에 두세요. 냉장고에 넣으면 잎이 검게 변하기 쉽습니다.
이 글의 성분과 주의 사항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바질 항목을 근거로 했고, 심고 거두는 달도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한 끼에 넣을 만큼만 바질을 따고, 항응고제를 먹고 있다면 그 양을 내일도 비슷하게 맞춰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