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텃밭 한쪽, 잎이 서너 갈래로 깊게 갈라진 나무 아래에 서면 가지에 바짝 붙은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껍질이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도 있고 아직 초록인 것도 섞여 있습니다. 지금이 무화과 수확철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에서는 꽃이 핀 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무화과라는 이름은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꽃은 어디에 있을까요? 무화과는 뽕나무과 나무로, 속이 빈 꽃턱 안쪽에 수백 개의 꽃이 핍니다. 열매를 반으로 갈랐을 때 보이는 붉은 알갱이 하나하나가 그 꽃입니다. 《동의보감》 果部는 《식물본초》를 인용해 무화과를 실었습니다. 꽃 없이 열매를 맺고 색이 푸른 자두 같으며 조금 길다고 적었고, 맛이 달다는 기록도 함께 남겼습니다. 이는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심기
무화과는 묘목을 사서 심습니다. 씨앗으로 길러도 열매가 달리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고 품종의 성질도 갈리므로, 뿌리가 붙은 묘목 쪽이 빠릅니다. 심는 때는 북반구 기준 3~4월 또는 11월입니다. 겨울이 온화한 지역이라면 11월에 심어 겨우내 뿌리를 내리게 하고, 겨울 추위가 매서운 지역이라면 봄에 심어 첫 겨울까지 자랄 시간을 주세요.
자리를 고르는 기준은 햇볕과 물빠짐입니다. 무화과가 잘 자라는 온도는 20~30℃이고, 10~38℃ 사이에서 자랍니다. 여름이 덥고 건조하며 겨울이 온화한 지중해식 기후를 좋아합니다. 튀르키예와 이집트가 주산지이고 알제리·모로코·이란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사는 지역의 여름 기온과 겨울 최저 기온을 이 숫자에 견주어 보세요. 재배 난이도는 보통입니다.
- 심는 때: 북반구 기준 3~4월 또는 11월, 묘목 식재
- 거두는 때: 북반구 기준 8~10월
- 자라는 온도: 20~30℃가 알맞고 10~38℃ 사이에서 자랍니다
- 겨울: 반내한성, 영하 10℃ 아래에서 가지가 얼어붙습니다
겨울나기와 물 주기
무화과는 반내한성입니다.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면 가지가 얼어붙습니다. 겨울 최저 기온이 그 아래로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노지에서 겨울을 나기 어렵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큰 화분에 심어 추위가 오기 전에 실내나 창고로 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노지에 심었다면 가을에 밑동을 짚이나 부직포로 두껍게 감싸고 뿌리 언저리에 흙을 덮어 주세요.
물은 자라는 동안 꾸준히 주다가 열매가 익을 무렵부터 줄입니다. 익을 때 비가 잦으면 열매가 갈라지고 물러집니다. 8~9월에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라면 나무 아래 흙을 부직포로 덮어 빗물이 스며드는 양을 줄여 보세요. 열매가 덜 갈라집니다.
거두기
수확은 북반구 기준 8월에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집니다. 한 그루에서 열매가 한꺼번에 익지 않으므로, 며칠 간격으로 나무를 돌면서 익은 것만 골라 따는 편이 좋습니다.
딸 때가 된 열매는 껍질이 자줏빛이나 갈색으로 물들고, 손끝에 닿는 느낌이 물렁하며, 가지에서 아래로 처집니다. 열매 목 부분을 잡고 살짝 젖히면 떨어집니다. 덜 익은 열매를 억지로 따면 자른 자리에서 흰 즙이 나옵니다. 피부가 예민하다면 장갑을 끼고 따 보세요.
먹는 법과 성분
무화과에는 피신(ficin)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잘 익은 열매를 갈아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재워 두면 피신이 고기 표면 단백질에 작용해 식감이 부드러워집니다. 배를 갈아 재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펙틴(pectin)과 식이섬유는 물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 장이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며칠에 걸쳐 몇 개씩 곁들여 보세요.
잘 익은 열매를 반으로 갈라 생햄이나 숙성 치즈와 함께 내는 방식은 지중해 지역에서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짠맛과 지방이 단맛을 눌러 균형이 잡힙니다.
오늘 나무를 한 바퀴 돌며 껍질이 물들고 손끝이 물렁하게 들어가는 열매만 골라 따 보세요. 아직 단단한 열매는 그대로 두고, 사흘 뒤에 같은 자리를 다시 살피면 됩니다.
출처: 《동의보감》 果部 無花果 · 농촌진흥청 농사로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