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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동의보감》의 회향, 지금 텃밭에서 씨가 여무는 계절

잎은 채소로 씨는 향신료로 쓰는 산형과 풀. 옛 의서가 적어 둔 성질·맛·채취 시기와 오늘의 정유 분석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8월 말 텃밭의 회향은 키가 다 자랐습니다. 산형과 특유의 납작하게 펼쳐진 꽃차례는 노란빛을 잃고 갈색으로 마릅니다. 그 자리마다 초록 열매가 촘촘히 앉았습니다. 손끝으로 훑으면 단 향이 올라옵니다. 북반구에서 4~5월에 씨를 뿌린 포기가 7월부터 10월 사이에 열매를 내주는 시기입니다.

《동의보감》이 적어 둔 회향

《동의보감》 草部에는 茴香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형태도 함께 남겼습니다. 잎이 늙은 고수와 비슷하되 훨씬 성글고 가늘며 떨기로 나고, 열매는 보리 같으나 그보다 작고 푸른색이라고 했습니다. 음력 8~9월에 열매를 따서 그늘에 말린다는 채취 시기까지 적혀 있습니다. 옛 의서의 기록이며, 오늘의 의학 판단과는 다릅니다. 원문과 풀이는 동의보감 회향 항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고수를 함께 기르신다면 두 포기의 잎을 나란히 놓고 견주어 보세요. 옛 기록이 무엇을 보고 적은 것인지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팔각회향을 따로 떼어 둔 자리

같은 항목은 八角茴香을 따로 떼어, 기미가 마르고 세다고 적었습니다. 오늘의 분류로도 팔각은 붓순나무속 나무의 열매이고 회향은 산형과의 풀이라 서로 다른 식물입니다. 옛 기록도 이미 둘을 갈라 두었습니다. 향이 닮았다고 해서 같은 것으로 묶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겹치는 곳

회향 씨에서 뽑은 정유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트랜스-아네톨(trans-anethole)이 주성분으로 나왔고, 펜콘(fenchone)과 에스트라골(estragole, 메틸카비콜)도 함께 검출되었습니다. 단 향은 트랜스-아네톨에서, 장뇌 비슷한 알싸한 향은 펜콘에서 옵니다. 맛이 맵다고 적은 옛 기록과 향을 내는 성분이 겹치는 부분입니다. 다만 같은 연구는 품종과 산지, 수확 시기에 따라 정유 총량과 성분비 차이가 크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에스트라골은 섭취량 상한이 논의되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성분 조성에 관한 분석이며 질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씨를 통째로 씹으면 불용성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옵니다. 잎과 잎집은 채소로 먹고 씨는 향신료로 씁니다. 한 포기에서 나오는 쓰임이 서로 다릅니다.

지금 기르고 거두기

씨는 북반구 기준 4~5월에 뿌리고, 거두기는 7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집니다. 씨를 받으려면 꽃차례가 갈색으로 변하고 열매가 단단해질 때 줄기째 잘라 그늘에 말려 보세요. 그늘에 말리는 방법은 《동의보감》이 적어 둔 채취법과 같습니다. 파종·수확 달력과 궁합은 작물 도감 회향 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식탁에 올리는 법

거둔 잎과 씨는 이렇게 씁니다.

  • 흰살 생선: 지중해 연안에서는 생선을 구울 때 회향 줄기와 잎을 함께 얹어 왔습니다. 마른 줄기를 석쇠 밑에 깔면 연기에 향이 뱁니다. 잎은 열에 약하니 마지막에 올려 보세요.
  • 돼지고기와 소시지: 이탈리아 소시지는 씨를 빻아 다진 고기에 섞습니다. 고기 500g에 씨 1작은술(약 5ml)이면 넉넉하고, 더 넣으면 향이 세집니다.
  • 감귤 샐러드: 얇게 저민 잎집에 오렌지나 귤 과육과 올리브유를 섞으면 신맛이 강한 향을 잡아 균형이 맞습니다. 소금은 마지막에 넣어야 물이 덜 납니다.

오늘 텃밭에 나가시거든 갈색으로 마른 꽃차례 하나를 잘라 그늘에 걸어 두세요. 열흘쯤 지나면 이번 계절의 향신료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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