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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닥풀 꽃, 《동의보감》의 일일화에서 오늘의 텃밭까지

옛 의서는 하루 피었다 지는 연노랑 꽃을 적었고, 한지를 뜨는 사람들은 끈끈한 뿌리를 씁니다. 오늘의 성분 분석과는 어디서 겹치고 어디서 갈릴까요?

여름 끝,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는 무렵이면 텃밭 가장자리의 닥풀이 날마다 연노랑 꽃을 새로 엽니다. 꽃잎 가운데는 짙은 자줏빛이고, 해가 기울면 꽃이 오므라들어 이튿날 떨어집니다. 《동의보감》은 이 꽃을 채소 항목에 올려 두었습니다. 옛 기록은 무엇을 적었고, 오늘의 분석은 무엇을 보탰을까요?

《동의보감》이 적은 일일화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닥풀의 꽃이 황촉규화(黃蜀葵花)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한국어 이름은 '일일화'라고 적었습니다. 하루 피었다 지는 꽃을 두고 붙인 이름입니다.

《동의보감》은 대부분의 약재 앞머리에 성질(차고 더운 정도)과 맛을 적는데, 황촉규화 항목에는 성질과 맛을 적은 대목이 없습니다. 그 대신 생김새와 거두는 때를 자세히 적었습니다. 잎은 끝이 뾰족하고 좁으며 깊게 갈라지고, 여름 끝에 옅은 노랑 꽃이 핀다고 했습니다. 꽃은 음력 6~7월, 양력으로 7~8월 무렵에 따서 그늘에 말려 썼다고 적었습니다.

이름을 가르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황촉규는 접시꽃(蜀葵) 가운데 꽃이 노란 것을 이르는 말이 아니며, 서로 다른 종류라고 따로 밝혀 두었습니다. 두 식물 모두 아욱과에 속하고 꽃 모양도 닮아, 이름을 섞어 쓰는 일이 잦았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옛 의서의 기록이며, 현대 의학의 판단이 아닙니다. 원문과 풀이는 호미클럽 동의보감 황촉규화 항목에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채부(菜部) 황촉규화(黃蜀葵花) 항목

닥풀이라는 이름과 한지

닥풀이라는 이름은 뿌리의 쓰임에서 왔습니다. '닥'은 종이 원료인 닥나무를, '풀'은 끈기 있는 접착 재료를 가리킵니다. 한지를 뜰 때는 물에 푼 닥섬유에 닥풀 뿌리에서 얻은 끈끈한 즙을 섞습니다. 뿌리의 점질 다당류(mucilaginous polysaccharide)가 물에 풀리며 끈기를 내고, 이 끈기 덕분에 섬유가 물속에 고르게 퍼집니다. 일본에서 화지(washi)를 뜰 때도 같은 식물의 뿌리를 씁니다. 이 내용은 전통 제지 공정에 남은 기록이며, 먹었을 때 몸에 미치는 작용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의 성분 분석과 견주면

현대의 분석은 꽃을 살폈습니다. 닥풀 꽃을 분석한 연구진은 하이페로사이드(hyperoside)를 비롯한 플라보노이드 배당체(flavonoid glycoside)를 분리해 냈습니다.

옛 기록과 오늘의 분석은 같은 부위를 다룹니다. 《동의보감》은 꽃을 따 말려 썼다고 적었고, 현대 연구진도 꽃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담긴 내용은 서로 다릅니다. 현대 분석은 꽃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밝힌 조성 연구이고, 질병을 막거나 낫게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따라서 닥풀 꽃을 먹어 몸에 어떤 효과가 난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먹을 때 먼저 느끼는 것은 식감입니다. 닥풀은 오크라와 같은 아벨모스쿠스속(Abelmoschus)에 드는 식물이고, 데치면 꽃잎의 점액질(mucilage)이 풀려 미끈해집니다.

지금 기르고 먹는 법

닥풀은 북반구 기준 4~5월에 씨를 뿌리고 8~9월에 꽃을 거둡니다. 서리 걱정이 끝난 뒤 햇볕이 잘 드는 자리를 고르고, 키가 크게 자라므로 포기 사이를 넉넉히 띄워 주세요. 접시꽃과 헷갈린다면 잎을 보면 됩니다. 《동의보감》이 적은 대로 닥풀 잎은 끝이 뾰족하고 여러 갈래로 깊게 갈라지지만, 접시꽃 잎은 둥근 편입니다.

꽃은 하루만 피므로 아침에 막 핀 것을 따는 편이 좋습니다. 딴 꽃은 이렇게 먹어 보세요.

  • 꽃 지짐: 꽃잎을 펴 튀김옷을 얇게 입히고 기름에 짧게 지집니다. 오래 두면 색이 바래므로 지진 즉시 내고, 소금은 아주 조금만 뿌립니다.
  • 데쳐 무치기: 끓는 물에 넣었다 곧장 건져 찬물에 헹구고, 간장과 식초로 가볍게 무칩니다. 오래 데치면 꽃잎이 풀어져 모양을 잃습니다.
  • 꽃차: 그늘에 말린 꽃잎 두어 장을 더운물에 넣으면 연한 빛이 우러납니다. 향이 옅으므로 물은 너무 뜨겁지 않게 하고 짧게 우립니다.

꽃을 그늘에 말리는 일은 《동의보감》이 적은 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심는 달과 거두는 달은 닥풀 작물도감에서 함께 확인해 보세요.

꽃이 피는 철이라면 오늘 아침 막 핀 닥풀 꽃 두 송이를 따서, 한 송이는 데쳐 무치고 한 송이는 그늘에 펼쳐 말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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