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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늙은호박의 주황빛, 지친 심장을 돕는 색소

항암 치료로 부담받는 심장과 호박 카로티노이드를 살펴본 최근 연구

서리가 내리기 전, 텃밭 한쪽에서 늙은호박을 거두어들이는 철입니다. 두툼한 껍질을 반으로 가르면 속살이 진한 주황빛으로 드러나죠. 이 빛깔은 그저 보기 좋으라고 있는 색이 아닙니다. 호박이 여름내 햇빛을 받으며 속에 쌓아 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만들어 낸 색입니다.

주황빛을 만드는 색소

카로티노이드는 당근, 단호박, 늙은호박처럼 주황빛이 도는 채소에 두루 들어 있는 항산화 색소입니다. 베타카로틴이 대표적이죠. 우리 몸에서 세포를 상하게 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입니다. 열에 비교적 잘 견디는 편이라 국이나 죽으로 끓여 먹어도 손실이 크지 않습니다.

같은 호박을 먹어도 이 색소가 몸속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는지는 뽑아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 한 연구진은 물과 천연 재료를 섞은 순한 용매로 호박 속살에서 카로티노이드를 부드럽게 뽑아냈습니다. 높은 열이나 독한 화학 용매를 덜 쓰는 방식이라, 색소가 원래 지닌 항산화 성질을 덜 잃는다고 봅니다.

항암 치료와 심장 사이

암 치료에 오래 써 온 약 가운데 독소루비신이 있습니다. 효과가 뚜렷한 대신, 몸에 쌓이는 양이 늘면 심장 근육에 부담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부담의 큰 원인이 산화 스트레스입니다. 활성산소가 심장 세포 안에 지나치게 늘고,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작은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집니다.

호박 색소가 이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지 살펴본 것이 이번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쥐를 여러 무리로 나눠, 한쪽에는 독소루비신만 주고 다른 한쪽에는 독소루비신과 호박 추출물을 함께 주면서 심장 상태를 비교했습니다.

실험이 보여 준 것, 밥상 위의 호박

독소루비신만 받은 쥐는 심장의 항산화 효소가 크게 떨어지고 미토콘드리아 호흡도 약해졌습니다. 반면에 호박 추출물을 함께 받은 쥐는 이 수치가 눈에 띄게 회복됐습니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소인 SOD의 활성이 약 두 배로 올라선 무리도 있었고, 심장이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도 일부 지켜졌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쥐를 대상으로, 한 가지 성별과 한 가지 용량에서만 확인한 것입니다.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아직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호박이 항암 치료를 대신하거나 심장병을 낫게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항산화 색소가 넉넉한 채소를 평소에 꾸준히 챙기는 일이 몸에 이롭다는 근거를 하나 더한 정도로 읽으시면 됩니다. 이런 초기 연구가 쌓여야 사람을 대상으로 한 확인으로 이어집니다.

카로티노이드는 기름과 함께 먹을 때 몸에 더 잘 흡수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오늘 거둔 호박을 이렇게 즐겨 보세요.

  • 단호박이나 늙은호박을 찔 때 들기름이나 올리브유를 한 술 곁들여 보세요.
  • 호박죽을 쑬 때는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둘러 보세요.
  • 주황빛이 짙은 속살일수록 색소가 넉넉하니, 껍질 가까운 부분까지 알뜰히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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