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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고추가 추위를 버티는 방법, 세포 안에서 확인했습니다

저온이 시작되면 고추 세포가 항산화 방어 단백질을 11배 늘립니다

10월 텃밭에 밤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면, 줄기에 달린 고추 잎 끝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며칠 지나면 과실 껍질이 쪼그라들고, 손으로 쥐면 탄력 없이 주저앉습니다. 냉해는 고추 재배에서 수확 직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조건입니다. 고추 세포가 이 추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저온이 오면 고추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일

고추(Capsicum annuum)는 열대 기원 작물이라 15도 아래에서 생육이 느려지고, 4도 이하에서는 세포 조직이 직접 손상을 받습니다. 낮은 온도가 이어지면 세포 안에서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쌓이는데, 이것이 세포막을 훼손하고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세포막이 손상되면 세포 안팎의 이온 균형이 무너지고, 이 피해가 쌓이면 잎 황변과 과실 연화로 이어집니다.

국제 식물생물학지에 실린 연구에서, 고추 세포가 저온 자극을 받으면 특정 단백질 분해 효소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이 CaCYP(시스테인 단백질 분해효소)라고 명명한 이 효소는, 4도 환경에서 48시간이 지나자 평소보다 11배 많이 생산되었습니다. 이 효소는 세포핵 안에서 CabHLH-79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며, 결합 이후 항산화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됩니다.

항산화 효소가 냉해 피해를 줄이는 방식

CaCYP가 활성화되면 고추 세포 안의 항산화 효소인 카탈라아제(catalase), 퍼옥시다아제(peroxidase), 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superoxide dismutase)의 생산이 늘어납니다. 연구에서 이 효소들의 유전자 발현량이 22~28배 증가했고, 실제 효소 활성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이 효소들은 세포 안에서 독성 수준으로 쌓인 활성산소를 분해해 세포막과 엽록체를 지킵니다.

반대로, 유전자 침묵 기법으로 CaCYP 기능을 억제한 식물에서는 항산화 효소 활성이 70~80% 줄어들고 냉해 피해가 뚜렷이 심해졌습니다. 이 효소 체계가 잘 작동한 고추는 세포막 손상 지표인 전해질 누출이 2.4배 낮았고, 엽록소 유지율은 3.1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세포막 지질 산화를 나타내는 MDA 수치도 2.3배 낮게 유지되었고, 기공 구조도 정상에 가깝게 보존되었습니다. 다만 CaCYP가 CabHLH-79를 거쳐 항산화 유전자들을 어떤 경로로 작동시키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이어지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텃밭에서 냉해를 줄이는 실천

고추 세포 자체에 방어 체계가 있다고 해도, 4도 이하의 기온이 갑자기 지속되면 그 체계만으로 냉해를 온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텃밭에서 조건을 조율하는 것이 함께 필요합니다.

밤 최저 기온이 10도 이하로 예보될 때는, 아직 녹색인 고추도 따서 실내에서 후숙(後熟)해 보세요.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실내에서 2~3주면 붉게 익고, 고추장이나 장아찌 용도로 쓰기에 충분합니다. 밑동 주변에 볏짚이나 부직포를 깔면 지온 저하를 늦추어 뿌리가 더 오래 수분과 양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야간 기온이 7도 이하로 내려갈 것 같다면 간이 부직포 터널을 씌워 보세요. 밤 온도를 5~7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추 세포가 저온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번 연구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원리가 다른 작물에도 적용되는지, 어느 수준의 저온까지 효과적인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텃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확 시기와 보온 조건을 조율해, 고추가 갑작스러운 한기를 덜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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