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9월, 생울타리 가지 사이로 탁구공만 한 노란 열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매를 따려고 손을 넣으면 굵고 긴 가시가 먼저 소매에 걸립니다. 손에 쥔 열매에서는 감귤 향이 강하게 나고, 한 조각 맛을 보면 신맛과 쓴맛이 한꺼번에 느껴집니다. 탱자나무(trifoliate orange)는 이렇게 손, 코, 혀 순서로 알게 되는 나무입니다.
가시가 촘촘한 울타리 나무
탱자나무는 운향과의 낙엽 나무입니다. 가시가 촘촘해 예부터 집과 밭 둘레에 생울타리로 심었습니다. 한국 강화도에는 옛 성 둘레에 이 나무를 두른 자리가 남아 있고, 그곳의 오래된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습니다. 사람도 짐승도 쉽게 드나들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죠.
감귤 무리 가운데 드물게 추위에 강해, 겨울에 잎을 떨구고 영하 20℃ 안팎까지 견딥니다. 이 성질 때문에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는 감귤나무의 대목(접붙일 때 아래에서 뿌리가 되는 나무)으로 세계 곳곳에서 씁니다. 생육 적온은 18~28℃이고 5~32℃ 범위에서 자랍니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새로 심는다면 북반구 기준 3~4월에 묘목으로 옮겨 심어 보세요. 흙은 가리지 않지만 물이 고이는 자리에서는 뿌리가 상하므로, 비 온 다음 날 웅덩이가 남지 않는 곳을 고르세요. 가지를 만질 때는 두꺼운 장갑부터 챙기세요.
쓴맛과 향을 내는 성분
탱자는 신맛과 쓴맛이 세고 씨가 많아 생으로 베어 먹는 일은 드뭅니다. 쓴맛은 열매에 든 플라보노이드(flavonoid)에서 납니다. 탱자 열매를 분석한 연구진은 폰시린(poncirin)과 나린진(naringin) 같은 쓴맛 배당체(glycoside)를 확인했습니다. 껍질에서 나는 향은 휘발 성분인 정유(essential oil)에서 옵니다.
신맛은 구연산(citric acid)을 비롯한 유기산에서 나고, 열매에는 펙틴(pectin)을 포함한 식이섬유도 들어 있습니다. 열매가 익은 정도에 따라 성분 구성이 달라진다는 측정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자료는 무엇이 들었는지를 살핀 분석이어서, 몸에 어떤 효과를 낸다는 근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의보감》이 적어 둔 지실
한국의 옛 의서 《동의보감》(1613년) 나무 편(木部)에는 덜 익은 탱자 열매를 말린 것이 지실(枳實)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시며 독이 없다고 적었고, 조금 차다거나 쓰고 맵다는 다른 설도 함께 옮겨 두었습니다. 음력 7~8월에 따서 볕에 말리고, 오래 묵은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쓰기 전에는 물에 담가 속을 없앤 뒤 밀기울과 함께 볶는다는 손질법도 남겼습니다.
이 책은 귤이 중국의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옛말도 옮겨 실었습니다. 그러고는 강 남쪽에는 귤과 탱자가 다 있고 강 북쪽에는 탱자만 있으니, 두 나무는 본디 다른 종이라고 밝혀 두었습니다. 전해 오던 말을 관찰로 다시 따져 본 기록입니다. 다만 옛 의서의 서술은 지금의 의학 판단과 다르니, 지실 대목을 약으로 쓰라는 안내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청과 차로 먹어 보세요
쓰고 신 이 열매도 설탕에 재우거나 말려서 달이면 먹기가 한결 편해집니다. 이번 주에 노랗게 익은 열매를 거두었다면 아래처럼 해 보세요.
- 탱자청: 씻어 물기를 말린 열매를 얇게 썰고 씨를 골라내어, 같은 무게의 설탕에 재워 보세요. 껍질을 얇게 썰수록 쓴맛이 덜합니다. 서늘한 곳에 열흘쯤 두었다가 냉장고로 옮깁니다.
- 말린 탱자차: 얇게 썬 조각을 볕에 바짝 말려 두고, 몇 조각을 물에 넣어 불에 올립니다. 오래 끓이면 쓴맛이 세지므로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달이세요. 꿀은 잔에 따른 뒤 넣습니다.
- 생강·대추를 더한 차: 생강 몇 쪽과 저민 대추를 처음부터 함께 넣고 약한 불로 달이면 탱자의 쓴맛과 신맛이 부드러워집니다. 겨울철 차로 자주 마십니다.
오늘은 장갑을 끼고 노랗게 익은 탱자 서너 개를 따서, 하나는 껍질 향을 맡아 보고 나머지는 얇게 썰어 설탕에 재워 보세요. 함께 달일 생강과 대추는 도감의 기르기 글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木部 枳實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