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오후 두 시, 토마토 잎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아침에 물을 준 이랑인데도 잎끝이 안으로 말립니다. 해가 기울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펴집니다. 같은 날 같은 흙에 심은 두 포기 가운데 한쪽만 유독 심하게 주저앉는 일도 흔합니다. 어떤 토마토는 마른 흙에서 버티고 어떤 토마토는 하루 만에 시듭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토마토 유전자 74개를 살핀 연구
한 연구진이 토마토 유전체 전체를 훑어 식물 호메오도메인(PHD)이라 부르는 유전자 무리를 찾아냈습니다. 모두 74개였고 서로 닮은 정도에 따라 네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는 일을 맡습니다. 뿌리와 잎, 열매에서 작동하는 정도가 달랐고, 더위·추위·소금기·마른 흙 같은 조건에서도 반응이 제각각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SlPHD10이라는 유전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세포 안에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더니 유전 정보가 담긴 세포핵 안이었습니다. 유전자를 켜고 끄려면 그곳에 있어야 하니 앞뒤가 맞습니다.
잎 뒤 숨구멍을 여닫는 힘
연구진은 토마토에서 이 유전자만 작동하지 않도록 막고 물을 끊어 봤습니다. 보통 토마토가 견디는 조건에서 이 포기들은 심하게 시들었습니다. 잎 뒤에 있는 기공, 곧 숨구멍의 여닫힘이 흐트러진 탓이었습니다. 기공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오고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작은 구멍입니다. 마른 날 제때 닫히면 물을 아끼고, 닫히지 않으면 잎에서 물이 계속 새어 나갑니다. 유전자를 막은 포기가 바로 그랬습니다. 물이 빠지는 동안 광합성 능력도 함께 떨어졌고, 잎이 만드는 양분이 줄면 열매로 갈 몫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같은 유전자를 효모에 넣어 키웠더니 마른 조건에서 더 잘 자랐습니다. 빼니 약해지고 넣으니 강해졌습니다. 이 유전자가 가뭄을 견디는 데 관여한다고 볼 근거입니다.
시들 때 잎 안에서 벌어지는 일
물이 모자라면 잎 안에 활성산소가 쌓입니다. 이 물질이 늘면 세포막이 상하고 잎이 누렇게 뜹니다. 식물은 이를 없애는 효소를 늘려 버팁니다. SlPHD10을 막은 포기에서는 이 방어가 무너져 손상이 더 컸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시듦보다 세포 안의 손상이 먼저였습니다.
텃밭에서 오늘 해 볼 일
유전자를 손볼 수는 없지만 기공이 제때 닫히도록 돕는 일은 오늘도 할 수 있습니다.
- 물은 아침 일찍 뿌리 쪽에 깊게 주세요. 얕게 자주 주면 뿌리가 흙 표면에 머물러 한낮에 더 쉽게 마릅니다.
- 짚이나 마른 풀, 왕겨를 흙 위에 5cm쯤 덮어 주세요. 증발이 줄고 흙 온도가 덜 오릅니다.
- 한낮에 잎이 마는 것은 물을 아끼려는 반응입니다. 곧바로 물을 붓지 말고 해 질 무렵에 펴지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 질소 비료가 많으면 잎만 무성해져 물을 더 씁니다. 열매가 달리는 시기에는 양을 줄여 보세요.
가뭄에 강한 품종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런 연구가 쌓이면 마른 여름에도 덜 시드는 토마토가 나올 것입니다. 다만 지금 이랑에 서 있는 토마토에는 아침 물주기와 덮개 한 겹이 당장 도움이 됩니다. 오늘 저녁, 토마토 밑동에 짚 한 줌을 덮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