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텃밭에 나가 상추를 뜯을 때는 잎 뒷면까지 손끝으로 훑어봅니다. 진딧물이 붙었는지, 흙이 튀었는지 살피는 습관입니다. 반면에 마트 채소 코너에서는 봉지째 담아 와 물에 한 번 헹구고 그대로 식탁에 올립니다. 같은 상추인데 살피는 정도가 다릅니다.
담배를 피운 적도 없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으며 채소를 즐겨 먹던 30~40대에게서 폐암이 발견되는 일이 늘었습니다. 여러 나라 암 등록 자료에서 비흡연자 폐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보고가 이어집니다. 담배로 설명되지 않는 폐암을 두고 미세먼지, 라돈, 조리 연기, 유전 요인이 원인 후보로 꼽힙니다. 여기에 최근 한 연구가 다른 가능성을 하나 더 내놓았습니다.
건강하게 먹었는데 왜
비흡연 청년층을 살핀 이 연구에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쪽의 폐암 발생률이 오히려 높게 나왔습니다. 연구진이 들여다본 대목은 식단 자체가 아니라 그 채소와 과일이 어떻게 길러졌는지였습니다. 연구진은 관행 재배 농산물에 남는 농약 성분에 오래 노출된 것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아직 단정할 단계가 아닙니다. 연구진 스스로 예비 관찰이라고 밝혔고, 원인과 결과를 가려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소를 적게 먹는 쪽이 낫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채소와 과일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여러 암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는 수십 년 동안 쌓였고, 관찰 하나로 뒤집히지 않습니다.
잔류농약, 지금까지 확인된 것
지금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좁습니다. 유기농 농산물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며칠 안에 소변에서 검출되는 농약 대사물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여러 연구가 되풀이해 확인한 결과입니다. 노출 자체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근거가 탄탄합니다. 노출이 준 만큼 폐암 위험도 낮아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씻기의 효과는 비교적 잘 정리돼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사과 표면 농약을 두고 맹물, 소독액, 베이킹소다 물을 비교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에 담갔다 헹군 쪽이 표면 잔류물을 가장 많이 줄였습니다. 다만 껍질 안쪽으로 스며든 성분까지는 씻어 내지 못했습니다. 껍질을 벗기면 그 부분은 함께 사라지지만, 식이섬유와 폴리페놀까지 같이 버리게 됩니다.
텃밭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
텃밭 채소의 장점은 영양보다 이력에 있습니다. 무엇을 언제 뿌렸는지 기른 사람이 압니다. 상추, 쑥갓, 열무처럼 잎을 통째로 먹는 작물일수록 이 차이가 큽니다. 잎채소는 표면이 넓어 잔류물이 남기 쉽고, 껍질을 벗겨 낼 수도 없습니다.
- 잎채소는 겉잎 한두 장을 떼고 나머지를 낱장으로 벌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문질러 씻어 보세요.
- 사과와 포도, 방울토마토는 베이킹소다 한 작은술을 푼 물에 10분쯤 담갔다가 맑은 물에 헹구면 표면 잔류물이 줄어듭니다.
- 텃밭 진딧물에는 난황유나 친환경 비누물을 먼저 써 보고, 약을 쳤다면 수확 전 안전 기간을 꼭 지켜 주세요.
- 사 오는 농산물 가운데 껍질째 먹는 딸기와 포도, 잎을 그대로 먹는 시금치부터 유기농으로 바꾸면 같은 돈으로 노출을 가장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비흡연 폐암의 원인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농약이 그중 하나인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출을 줄이는 일은 오늘 부엌에서 할 수 있습니다. 저녁에 상추를 씻을 때 봉지째 헹구지 말고 한 장씩 벌려서 문질러 보세요.
참고 — 비흡연 청년층의 식단과 폐암 발생을 살핀 예비 연구, 미국화학회 농업식품화학 학술지의 사과 세척 실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