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캐낸 자리는 유월에 이미 비었고, 칠월 밭은 마른 흙이 부슬거립니다. 호미로 두둑을 긁으면 뿌연 먼지가 얼굴 높이까지 올라옵니다. 처마 밑에는 통마늘이 줄줄이 매달려 마르는 중입니다. 밭 먼지의 규소와 마늘의 알리신을 함께 다룬 연구가 올해 나왔습니다.
마늘을 다져야 생기는 알리신
통마늘 안에는 알리신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알린이라는 성분과 알리나제라는 효소가 세포 안 서로 다른 칸에 나뉘어 있다가, 칼로 썰거나 절구에 빻는 순간 섞이면서 알리신이 만들어집니다. 마늘을 다질 때 코를 찌르는 매운 냄새가 그 신호입니다. 알리신은 열과 시간에 약해서, 다진 채로 오래 두거나 센 불에 바로 넣으면 상당 부분이 다른 물질로 바뀝니다.
규소 먼지에 굳어가는 폐
모래와 시멘트, 석재 가루에 많은 이산화규소는 폐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잘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오래 마시면 폐 조직이 굳는 폐섬유증으로 이어지고, 굳은 조직을 되돌리는 치료는 아직 마땅치 않습니다.
올해 발표된 실험에서는 사람 폐 세포를 규소 입자에 노출한 뒤 알리신을 넣었고, 쥐에게도 같은 조건을 만들어 확인했습니다. 알리신을 넣은 쪽은 조직이 굳을수록 늘어나는 하이드록시프롤린 양이 적었고, 철이 관여해 세포가 죽는 과정인 페롭토시스 지표도 낮게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규소에 노출되면 세르핀비2(Serpinb2)라는 단백질이 늘어난다는 점, 이 단백질을 눌러 두면 섬유화가 덜 진행된다는 점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알리신도 이 단백질을 줄였고, 뒤이어 염증을 키우는 엔에프카파비(NF-κB) 신호까지 잦아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배양 접시와 쥐에서 얻은 것입니다. 사람이 마늘을 먹어 폐섬유증이 나아졌다는 뜻은 아니고, 마늘이 치료를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알리신이 작용하는 경로를 하나 더 찾아낸 정도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밭일과 밥상에서 챙길 것
- 마른 흙을 갈아엎거나 석재·시멘트 가루를 다룰 때는 물을 먼저 뿌려 먼지를 가라앉히고 방진 마스크를 쓰세요. 폐에 들어간 규소를 빼내는 방법은 없으니 덜 마시는 쪽이 낫습니다.
- 마늘은 다지거나 으깬 뒤 10분쯤 두었다가 불에 올려 보세요. 알리신이 만들어질 시간을 벌면 가열한 뒤에도 알리신이 덜 사라집니다.
- 생마늘은 하루 한두 쪽이면 넉넉합니다. 속이 쓰리거나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 분은 양을 늘리지 마시고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 흑마늘이나 오래 볶은 마늘은 향이 부드러운 대신 알리신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매운 향을 살리려면 마지막에 생마늘을 조금 얹어 보세요.
처마에 매단 통마늘 가운데 굵고 단단한 것을 다음 달에 종구로 골라 두면, 구월 말에서 시월 초에 심어 이듬해 유월에 캡니다. 올가을에는 두둑을 하나만 더 늘려 보세요. 오늘 저녁에는 마늘을 다져 10분 두었다가 나물에 넣으면 됩니다.
참고 · 생화학·분자독성학 저널 2026년 게재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