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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하수오, 봄에 묻어 서리 무렵 캐는 덩이뿌리

북반구 기준 3~4월에 심고 10~11월에 거둡니다. 덩굴을 올려 주고 물 빠짐을 챙기면 가을에 덩이를 얻습니다.

10월 텃밭에서는 지주를 감고 오른 하수오 덩굴의 잎이 누렇게 바래기 시작합니다. 북반구에서는 지금이 하수오를 캐는 철입니다. 덩굴은 서리를 맞으면 마르지만, 땅속 덩이뿌리는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다시 싹을 올립니다. 기르기 난도는 높은 편입니다. 흙이 깊고 물이 잘 빠지는 자리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기 — 이름부터 확인하고 깊은 흙에 묻습니다

하수오(Polygonum multiflorum)는 마디풀과 덩굴식물입니다. 덩굴이 다른 것을 감고 오르며 자라고, 뿌리 끝이 부풀어 덩이뿌리가 됩니다. 덩이를 구하기 전에 이름부터 확인해 보세요. 붉은 것을 적하수오, 흰 것을 백하수오라 불러 왔습니다. 그런데 백하수오로 써 온 은조롱(Cynanchum wilfordii)은 박주가리과 식물입니다. 마디풀과인 하수오와는 과부터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 백하수오 자리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든 일이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종이나 덩이를 살 때는 이름표의 학명까지 대조해 보세요.

심는 때는 북반구 기준 3~4월이고, 덩이뿌리를 심어 기릅니다. 자리는 흙이 깊고 물이 잘 빠지는 곳으로 고릅니다. 물이 고이는 자리에서는 덩이가 썩습니다. 텃밭이라면 이랑을 높여 물이 빠지게 하고, 화분이라면 깊은 것을 골라 물 빠짐 구멍이 넉넉한지 먼저 살펴 주세요. 덩굴이 타고 오를 지주도 심는 날 함께 세워 두세요.

돌보기 — 덩굴은 올리고 물 고임은 막습니다

하수오는 5~32℃ 사이에서 자라며, 잘 자라는 온도는 15~25℃입니다. 여름이 덥고 비가 고르게 내리는 온대 남부 기후에 맞습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고 대만에도 자생하며, 한국에서도 많이 기릅니다. 사는 곳의 한여름과 한겨울 기온을 이 범위에 대 보면 노지에 둘지 화분으로 기를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덩굴이 올라오면 지주나 그물 쪽으로 감아 올려 주세요. 바닥에 엉킨 덩굴은 가을에 걷어 내기가 번거롭습니다. 비가 몰리는 시기에는 고랑에 물이 고이지 않는지 자주 살피고, 고였다면 당일에 물길을 터 주세요.

겨울이 오면 덩굴은 서리에 마르지만 땅속 덩이는 살아남습니다. 그해에 캐지 않고 두면 이듬해 봄 같은 자리에서 덩굴이 다시 올라옵니다.

거두기 — 덩굴이 시들면 둘레를 넓게 팝니다

북반구 기준 10~11월에 거둡니다. 잎이 누렇게 바래고 덩굴이 마르기 시작하면 지주에서 덩굴을 걷어 내고 포기 둘레를 넓게 파 보세요. 덩이는 뿌리 끝에 달리므로 포기 밑만 파면 놓치기 쉽습니다. 17세기 초 조선에서 엮은 의서 《동의보감》은 이 뿌리가 주먹만 하다고 적었습니다. 캔 덩이는 다음 순서로 손질합니다.

  • 흙을 씻어 내고 얇게 저밉니다.
  • 볕에 펴서 속까지 말립니다. 통째로 두면 속이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피기 쉽습니다.
  • 다 마르면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고, 오래 둘 것은 냉동실에 넣습니다.

먹기 — 떫은맛을 줄여 차로 달입니다

말린 하수오 조각은 달여 차로 마시거나 가루로 먹고, 술을 담가 두기도 합니다. 덩이뿌리에서 스틸벤 계열 배당체와 에모딘·크리소파놀 같은 안트라퀴논을 분리해 냈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덩이를 무겁고 실하게 채우는 것은 저장 성분인 전분입니다. 생것을 그대로 달이면 탄닌이 우러나 떫은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저민 하수오를 검은콩 삶은 물에 적셔 찌고 볕에 말리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해 왔습니다. 이렇게 법제(약재를 찌고 말려 손질하는 일)한 것을 제하수오라 하여 생것과 구별합니다. 법제하면 색이 짙어지고 떫은맛이 줄어듭니다. 찌고 말리는 동안 성분 조성이 달라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대개는 이미 법제한 것을 사서 씁니다.

달일 때는 대추나 감초를 함께 넣어 보세요. 단맛이 붙어 떫은맛이 덜합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뭉근히 달이고, 하루에 마실 만큼만 달여 그날 안에 비우세요.

《동의보감》은 풀 항목인 초부(草部)에 하수오(何首烏)를 실었습니다. 성질은 평하면서 따뜻하고, 맛은 쓰고 떫으며 달고, 독은 없다고 적었습니다. 본래 이름은 야교등(夜交藤)이었는데 하수오라는 사람이 먹어 그 이름을 얻었다는 유래도 함께 실었습니다. 옛 의서의 서술이라 오늘날 의학의 판단과는 다릅니다. 약재로 꾸준히 드실 생각이라면 먼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 보세요.

오늘은 잎이 바랜 포기 하나를 골라 둘레를 넓게 파고, 꺼낸 덩이를 얇게 저며 볕에 펴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何首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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