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서 콩이나 풋콩을 길러 보면, 유독 한쪽 이랑만 자람이 더딘 때가 있습니다. 잎이 아래부터 노랗게 뜨고 키가 자라지 않습니다. 거름이 모자란가 싶어 웃거름을 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 포기 하나를 조심스레 뽑아 뿌리를 씻어 보면, 좁쌀보다 작은 흰 알갱이가 잔뿌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합니다. 이 알갱이가 콩씨스트선충(대두포낭선충)이 남긴 흔적입니다.
뿌리 속에 먹이세포를 만드는 선충
콩씨스트선충은 흙 속에 사는 아주 작은 벌레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콩 뿌리를 파고들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고는 침으로 특별한 물질을 뿌리 안에 넣어, 둘레의 뿌리세포 여러 개를 하나의 먹이세포로 바꿉니다. 세포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양분이 잘 모이는 커다란 세포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선충은 여기에 주둥이를 꽂고, 콩이 스스로 만든 당과 아미노산을 빨아들이며 자랍니다.
암컷은 몸이 부풀어 둥근 레몬 모양이 되고, 나중에 배가 뿌리 밖으로 삐져나옵니다. 이 몸이 죽으면 단단한 껍질(씨스트)로 변해 그 안의 알을 몇 해씩 지킵니다. 그래서 한 번 밭에 들어오면 없애기가 까다롭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선충이 콩 농사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벌레로 꼽히고, 해마다 수십억 달러어치의 수확을 앗아 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먹이 공급을 끊는다는 발상
지금까지 선충 방제는 주로 약제나 저항성 품종에 기대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대학과 농무부 연구진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선충을 직접 죽이는 대신, 선충이 얻어먹는 양분의 통로를 막아 굶기는 방법입니다.
먹이세포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합니다. 콩의 잎과 줄기가 만든 당분이 물관과 체관을 타고 뿌리로 내려와 먹이세포로 흘러들 때, 이를 실어 나르는 운반 단백질이 뿌리세포에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운반 통로 가운데 선충의 먹이세포로만 양분을 몰아주는 것들을 찾아냈습니다. 이 통로를 잠그면 콩 자람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선충만 굶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아직 실험실과 시험 재배 단계라 밭에서 바로 쓸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약을 덜 쓰고도 피해를 줄일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선충을 줄이는 법
집 텃밭이라면 연구용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이 선충은 콩과 작물의 뿌리를 좋아하므로, 같은 자리에 콩을 해마다 이어짓지 마세요. 옥수수나 곡류처럼 이 선충이 먹지 못하는 작물과 한두 해 돌려짓기를 하면 흙 속 알의 수가 줄어듭니다.
- 돌려짓기: 콩을 심었던 자리에는 이듬해 옥수수나 잎채소를 심고, 콩은 두세 해 뒤에 다시 심어 보세요.
- 저항성 품종: 씨앗을 살 때 선충에 견디는 품종인지 확인하고 골라 심으세요.
- 흙 옮김 주의: 선충은 흙에 묻어 옮겨 다니므로, 병든 이랑을 밟은 신발이나 농기구의 흙을 털고 다른 이랑으로 가세요.
- 뿌리 살피기: 뽑은 포기의 뿌리에 좁쌀 같은 알갱이가 보이면 그 흙은 따로 두고 그 자리를 눈여겨 관리하세요.
올여름 콩이 유난히 더디게 자란다면, 웃거름부터 주기 전에 포기 하나를 뽑아 뿌리를 씻어 보세요. 좁쌀 같은 흰 알갱이가 보인다면 내년 이랑 배치를 미리 바꿔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입니다.
참고: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과 대학 연구진의 콩씨스트선충 먹이세포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