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텃밭 이랑에 잘게 갈라진 연초록 잎이 한 뼘쯤 올라옵니다. 지난가을에 씨를 뿌린 전호가 자란 것입니다. 잎을 비비면 미나리와 당귀를 섞은 듯한 향이 납니다. 그런데 처음 기르거나 들에서 비슷한 풀을 본 사람은 대개 같은 것부터 묻습니다. 이 풀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물음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전호(Anthriscus sylvestris)는 산형과 여러해살이풀이고, 같은 산형과에 사람에게 해로운 독초가 여럿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cow parsley라고 부르며, 한국·일본·중국에서 나물로 기릅니다. 먹어도 되는지는 어떤 풀과 닮았는지, 어디서 난 잎인지, 어느 부위를 얼마나 먹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른 봄에 헷갈리는 독초
전호는 잎이 갈라진 모양이 독미나리(Cicuta virosa), 독당근(Conium maculatum)과 닮았습니다. 두 종 모두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독을 지녔습니다. 어린잎만 올라온 이른 봄이 가장 헷갈리는 때입니다. 도감에 적힌 구별점은 이렇습니다.
- 독미나리: 물가나 습지에 자랍니다. 굵은 뿌리줄기를 잘라 보면 속에 칸막이가 있고 노란 즙이 배어납니다.
- 독당근: 줄기에 자주색 반점이 있고, 문지르면 불쾌한 냄새가 납니다.
산과 들에는 지리강활(개당귀)처럼 유독한 산형과 풀도 함께 자랍니다. 위의 특징은 밭 둘레에 낯선 풀이 섞였을 때 뽑아낼 근거로 쓰는 정도입니다. 한두 가지 특징이 맞는다는 것만으로 들풀을 먹어도 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들에서 캐지 않고 밭에서 기릅니다
그래서 호미클럽 도감은 산과 들의 전호를 캐 먹지 않도록 권합니다. 밭에 직접 씨를 뿌려 기른 잎만 씁니다. 어디에 뿌렸는지 아는 잎이라면 독초가 섞여 들어올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북반구 기준 9~10월에 씨를 뿌리면 겨울을 나고, 이듬해 2~4월에 어린잎을 벨 수 있습니다. 한국 남해안 지역에서는 봄나물로 기릅니다.
씨앗은 봉투에 학명이 적힌 것으로 구해 보세요. 밭에서 저절로 난 비슷한 잎은 전호로 여기지 말고 뽑아 두세요. 이름을 장담하지 못하는 풀은 먹지 않습니다. 달마다 할 일은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전호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먹는 부위는 어린잎과 연한 줄기
이름 때문에 생기는 혼동도 있습니다. 《동의보감》 草部에 실린 前胡는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려 쓰는 약재입니다. 대한민국약전은 약재 前胡의 기원을 백화전호(Peucedanum praeruptorum)나 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의 뿌리로 정해 두었습니다. 밭에서 기르는 전호는 이름만 같은 다른 식물입니다. 이름이 같다 보니 옛 기록에 적힌 약재의 쓰임을 밭 전호에 그대로 옮겨 오기 쉽습니다. 밭 전호에서 먹는 부위는 어린잎과 연한 줄기입니다. 뿌리는 나물로 삶아 먹지 않고, 포기를 늘릴 때만 다룹니다.
한 접시 정도, 처음에는 적게
향이 강한 산나물은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오랜 습관입니다. 나물로 기르는 전호에서는 데옥시포도필로톡신(deoxypodophyllotoxin) 계열 리그난이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성분은 주로 뿌리에서 나옵니다. 어린잎에 얼마나 들었는지, 사람이 먹었을 때 어느 양까지 괜찮은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호는 반찬 한 접시 정도로 쓰고 매끼 주식처럼 올리지 않습니다. 처음 먹는다면 몇 젓가락으로 시작해 보세요.
잎에 든 다른 성분으로는 향을 내는 정유, 잎 조직을 이루는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꼽힙니다. 모두 녹색 잎채소에서 흔히 확인되는 성분입니다. 전호만의 효능을 수치로 보여 주는 자료는 도감에 없습니다. 몸에 좋다고 양을 늘리기보다 제철 향을 맛보는 나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데치고, 부치고, 불 끄기 직전에 넣기
- 무침: 데친 뒤 물기를 꼭 짜고 된장과 들기름으로 무칩니다. 들기름이 향을 오래 남기고, 된장의 짠맛이 아린 맛을 누그러뜨립니다.
- 전: 어린잎을 밀가루 반죽에 통째로 넣어 부칩니다. 기름과 열을 거치면 향이 순해져 무침과 다른 맛이 납니다. 잎이 두꺼운 것은 반으로 갈라 넣으세요.
- 국: 된장국이나 맑은 국에 불을 끄기 직전에 넣습니다. 오래 끓이면 향이 사라지고 잎이 뭉그러집니다. 한 냄비에 한 줌이면 충분합니다.
북반구에 산다면 10월이 가기 전에 전호 씨를 뿌릴 이랑을 정하고, 이랑 끝에 학명을 적은 이름표부터 꽂아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草部 前胡 항목, 대한민국약전 前胡 기원 규정, 호미클럽 작물도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