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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잎 뒷면 작은 구멍이 여름 물 걱정을 덜어 줄까요

독일 연구진이 찾아낸 기공 만드는 효소 두 가지, 그리고 오늘 텃밭에서 할 일

7월 오후 두 시, 텃밭 상추와 고추 잎이 축 처져 있습니다. 아침에 물을 흠뻑 줬는데도 그렇습니다. 해가 기울면 잎은 슬며시 되살아납니다. 물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낮 동안 잎이 물을 내보내는 속도가 뿌리가 끌어올리는 속도를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곳은 잎 뒷면에 촘촘히 뚫린 기공입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이 이 기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밝혔습니다. 가뭄에 견디는 작물을 기르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잎 뒷면 구멍이 하는 일

기공은 잎 표면에 난 아주 작은 구멍입니다. 양옆에 붙은 공변세포 두 개가 이 구멍을 열고 닫습니다. 잎 1제곱밀리미터에 수십에서 수백 개가 뚫려 있습니다.

식물은 구멍을 열어 광합성에 쓸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열려 있는 동안 잎 안의 물도 수증기로 함께 빠져나갑니다. 뿌리가 흙에서 빨아올린 물의 대부분은 열매나 잎에 남지 않고 기공으로 증발합니다. 한낮에 잎이 처지는 것도, 여름 텃밭에 물이 그렇게 많이 드는 것도 여기서 옵니다.

구멍이 적으면 물은 덜 빠져나갑니다. 대신 이산화탄소가 덜 들어오니 잎이 자라는 속도가 느려지고 수확도 줍니다. 식물은 그 사이에서 하루 종일 여닫기를 조절합니다.

보훔 연구진이 찾아낸 효소 두 가지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 분자세포식물학 연구실의 크리스토퍼 그레펜 교수 연구진은 기공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폈습니다. 연구진이 지목한 것은 GELP80과 GELP100이라는 효소 두 가지입니다. 둘 다 지질, 그러니까 세포를 둘러싼 기름 성분을 손보는 효소입니다.

기공은 세포 하나가 갈라져 공변세포 둘이 되고, 그 사이에 틈이 생겨야 완성됩니다. 두 효소가 제 몫을 하지 않으면 세포 사이 벽이 제때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멍이 뚫리기는 해도 여닫는 일을 하지 못합니다. 모양만 기공이고 기능은 없는 상태로 남는 것입니다.

여닫기가 되지 않는 기공은 물을 붙잡지 못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이 효소가 일하는 과정을 알면, 기공이 얼마나 생길지, 얼마나 잘 닫힐지를 조절할 여지가 생깁니다. 물을 덜 쓰면서 광합성은 유지하는 작물을 찾는 연구가 여기서 이어집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실험용 식물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밀이나 옥수수, 텃밭의 상추에도 같은 방법이 통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가뭄에 강한 씨앗이 종묘상에 나오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입니다.

텃밭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

기공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기공이 덜 열려도 되는 조건은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 물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 진 뒤에 주세요. 한낮에 준 물은 흙에서 그대로 증발하고, 잎에 맺힌 물방울은 햇빛을 받아 잎을 상하게 합니다.
  • 흙 위를 덮어 주세요. 짚이나 낙엽, 마른 풀을 3~5센티미터 두께로 깔면 흙 표면 온도가 내려가고 물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뿌리가 물을 넉넉히 올려 주면 잎은 굳이 구멍을 닫지 않아도 됩니다.
  • 자주 조금씩 주는 대신 사흘에 한 번 깊이 주세요. 얕게 자주 주면 뿌리가 흙 표면에만 머물러 한낮 더위에 더 쉽게 지칩니다.

오늘 저녁 물을 준 뒤, 상추 밑동에 마른 풀 한 줌만 덮어 보세요. 내일 한낮 잎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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