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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도감

석이버섯, 심는 대신 기다리는 작물

바위에 붙어 사는 지의류라 씨앗이 없습니다 — 자리와 철, 부엌에서 다루는 법까지

9월 텃밭은 고추를 마저 따고 배추 모종을 앉히는 철입니다. 그러다 산에서 내려온 마른 석이 한 봉지를 받아 두었다면, 심을 자리를 찾다가 손이 멈춥니다. 잔칫상 잡채 위에 얹히던 검은 채, 그것이 석이입니다. 다만 석이는 밭에 심는 작물이 아닙니다.

씨앗이 없습니다

석이는 이름에 버섯이 붙었지만 버섯이 아닙니다. 균류와 조류가 함께 사는 지의류입니다. 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바위 표면에 한 점으로 붙어 자랍니다. 안개와 이슬이 잦은 높은 산 벼랑을 자리로 삼고, 젖어 있는 동안에만 자라며 마르면 자람을 멈춘 채 견딥니다. 잘 자라는 온도는 10~20℃이고, 0~25℃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추위에는 강한 편입니다. 자라는 속도가 아주 느려 한 번 걷어 낸 바위는 여러 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달력의 파종 칸은 비우고, 그 자리에 채취라고 적습니다.

텃밭에서 할 수 있는 돌보기

집에서 석이를 길러 거두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자람이 느린 데다, 붙어 살 바위와 산안개를 텃밭에 옮겨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돌담이나 큰 돌을 들인 텃밭이라면, 그 표면에 앉은 지의류를 그대로 두어 보세요. 솔로 문질러 닦거나 세척제를 뿌리면 여러 해 걸려 자리 잡은 것이 한 번에 사라집니다. 돌 둘레에 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그늘과 바람이 함께 드는 자리를 남겨 두는 정도가 손댈 수 있는 돌보기입니다.

거두는 철과 구하는 법

거두는 철은 여름과 가을입니다. 북반구 기준 7~9월에 뜯은 것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한국·중국·일본의 산에 자생합니다. 장에 나오는 것도 심어 기른 것이 아니라 바위에서 떼어 낸 것입니다. 채취는 벼랑에서 하는 일이라 위험합니다. 직접 나서기보다 말려 둔 것을 구해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산에서 만나더라도 한 자리를 다 비우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떼고 남겨 두세요. 그 바위가 다시 검어지려면 여러 해가 걸립니다.

불리고 채 써는 법

마른 석이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불립니다. 그다음은 순서대로 해 보세요.

  • 뒷면 가운데에서 바위에 붙어 있던 배꼽을 떼어 냅니다.
  • 모래가 남지 않도록 헹구고 물기를 짭니다.
  • 최대한 가늘게 채 썹니다. 채가 굵으면 질기게 씹힙니다.
  • 참기름과 소금으로만 가볍게 무치고, 마른 팬에 잠깐 볶아 물기를 뺍니다.

이렇게 손질한 검은 채는 잡채 위에 얹거나 떡 반죽에 섞습니다. 신선로(육수에 여러 재료를 올려 끓이는 상차림)와 전골에는 맨 마지막에 올려야 결이 살아 있습니다. 국물이 끓어도 검은색이 풀리지 않아 노란 지단, 붉은 실고추와 색이 나뉩니다. 간을 세게 하지 않아야 다른 재료와 부딪히지 않습니다.

옛 기록과 성분

《동의보감》 채부(菜部)에는 석이(石耳)로 실려 있습니다. 성질이 차다고 하면서 평하다는 말도 있다고 적었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름난 산의 바위 벼랑에서 난다고 산지를 밝혔고, 이를 영지(靈芝)라고도 부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말한 영지는 오늘날 영지버섯이라 부르는 것과 다릅니다. 석이는 바위의 귀라는 뜻입니다.

성분 쪽에서는 석이속 지의류에서 지로포르산 계열의 지의산과 다당류를 분리했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종에 따라 조성이 다르다는 측정 결과도 함께 나왔습니다. 성분을 갈라 본 데까지이고,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먹는 자리에서 기댈 만한 것은 질긴 결을 이루는 식이섬유와 지의류에 쌓이는 무기질 정도입니다. 옛 의서의 서술도 오늘날의 판단과 다르니 그대로 효능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오늘은 마른 석이 한 줌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두세요. 저녁에 배꼽을 떼고 가늘게 썰어 두면, 이번 주 잡채나 떡 위에 검은 한 줄을 얹을 수 있습니다.

출처: 《동의보감》 채부(菜部) 석이(石耳) · 국립산림과학원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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