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Wolfgang Weiser on Pexels

제철

삶은 감자는 식혀서 드세요

저항성 전분과 폴리덱스트로스, 장 속 담즙산을 서로 다르게 바꿉니다

텃밭에서 캔 감자를 삶아 두고 저녁까지 식탁 한쪽에 그대로 두는 날이 있습니다. 김이 빠지고 표면이 꾸덕해진 감자는 갓 삶은 것만큼 포슬하지 않습니다. 맛이 떨어졌다고 여기기 쉽지만, 이때 감자 속 전분은 성질이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식힌 감자에 늘어나는 전분

감자·고구마·강낭콩·덜 익은 바나나에는 소장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전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을 저항성 전분이라고 부릅니다. 소화 효소에 거의 잘리지 않은 채 대장까지 내려가 그곳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삶은 감자나 갓 지은 밥을 식히면 이 성분의 양이 늘어납니다. 뜨거울 때 풀어져 있던 전분 사슬이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시 단단하게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에 하룻밤 두었다가 살짝 데워도 늘어난 양은 상당 부분 남습니다.

폴리덱스트로스는 포도당을 이어 붙여 만든 식이섬유로, 음료나 가공식품에서 단맛과 열량을 조절하는 데 씁니다. 둘 다 대장 미생물이 발효시키는 재료지만, 발효되는 속도와 위치가 다릅니다.

담즙산에서 갈린 두 섬유질

담즙산은 간이 콜레스테롤로 만들어 담낭에 모아 두었다가, 지방을 먹을 때 소장으로 내보내는 물질입니다.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고 대부분은 소장 끝에서 다시 흡수됩니다. 남은 일부가 대장으로 내려가 미생물의 효소를 만나 다른 형태로 바뀌는데, 간에서 갓 만들어진 것을 1차 담즙산, 미생물이 바꿔 놓은 것을 2차 담즙산이라 부릅니다. 담즙산은 소화를 돕는 한편 혈당과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수용체에도 신호를 보냅니다.

건강한 성인에게 저항성 전분을 하루 23g씩 50일 동안 먹인 한 임상 연구에서, 혈액 속 담즙산 여러 종류가 늘었습니다. 타우린이나 글리신과 결합한 형태, 데옥시콜산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폴리덱스트로스를 먹은 쪽에서는 혈액에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대변에서 2차 담즙산으로 바뀐 비율이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참가자에게서 두 섬유질이 서로 다른 곳에 영향을 남긴 셈입니다.

장내 세균과의 관계도 갈렸습니다. 저항성 전분을 먹은 참가자 가운데 아커만시아 속 세균이 많은 사람일수록 혈액 속 타우린 결합 담즙산 농도가 높게 나왔습니다. 아커만시아는 장 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대사 지표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건강한 성인을 짧은 기간 관찰한 결과입니다. 담즙산 구성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체중이나 혈당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텃밭에서 챙기는 법

폴리덱스트로스는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성분이라 텃밭과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항성 전분은 밭에서 캔 작물로 그대로 챙길 수 있습니다. 감자는 서늘한 기후에서 알이 굵어지고, 고구마는 북반구 기준 9~10월에 캡니다. 지금 캔 것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장까지 내려가는 양이 달라집니다.

  • 삶은 감자와 찐 고구마는 한 김 식혀서 드세요. 식힌 뒤 샐러드나 무침으로 내면 데우지 않고도 맛이 삽니다.
  • 밥은 지어서 식힌 다음 냉장 보관했다가 데워 드셔도 좋습니다.
  • 강낭콩·완두·병아리콩을 삶아 밥이나 국에 섞어 보세요. 콩류는 식히지 않아도 저항성 전분이 남아 있습니다.
  • 양은 며칠에 걸쳐 조금씩 올려 보세요. 한 번에 늘리면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해집니다.

오늘 저녁에는 감자를 삶아 바로 먹지 말고 한 시간쯤 식혀 두었다가 상에 올려 보세요.

참고 유럽 영양학 저널, 저항성 전분과 폴리덱스트로스가 혈장·대변 담즙산 구성과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연구

이 글 공유하기
0%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