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고 텃밭 한쪽 빗물 통을 열면 수면이 며칠 만에 초록으로 덮여 있습니다. 손톱보다 작은 잎이 두세 장씩 붙어 떠다니는 개구리밥입니다. 물을 갈아 주려다 손이 멈춥니다. 이 작은 잎이 물속에서 하는 일을 알고 나면 통을 그냥 비우기가 아까워집니다.
물에 뜬 채 오염물을 거두어들입니다
개구리밥은 잎과 줄기가 거의 나뉘지 않아 생김새가 단순합니다. 짧은 뿌리는 물속에 잠겨 있고 잎 아랫면은 온종일 물과 닿아 있습니다. 온도와 양분이 맞으면 빠를 때 이틀 안팎에 개체 수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물과 닿는 면이 넓고 자라는 속도도 빠릅니다. 그래서 물에 녹아 있는 질소와 인을 빠르게 가져가고, 납·카드뮴 같은 중금속이나 농약 성분도 조직 안에 모읍니다.
이 성질이 왜 연구 대상이 되었는지는 물 사정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전 세계에서 나오는 하수의 80%가량은 처리되지 않은 채 하천과 바다로 갑니다. 처리 시설을 거치더라도 의약품 성분이나 미세플라스틱처럼 최근 늘어난 오염물은 잘 걸러지지 않습니다. 납이나 수은은 한번 들어오면 수십 년 동안 물에 남습니다. 그래서 식물을 심어 오염물을 줄이는 방법이 값이 덜 들고 손이 덜 가는 대안으로 검토되어 왔습니다. 개구리밥은 그중에서도 다루기 쉬운 후보로 꼽힙니다.
잎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2026년 학술지 바이올로지에 실린 종합 논문은 개구리밥의 정화 능력을 식물 몸속 해독 과정과 뿌리 둘레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 낸다고 정리합니다. 식물 쪽에서는 금속을 붙잡는 단백질을 만들어 중금속을 세포 안쪽에 가둡니다. 뿌리에 붙어 사는 세균은 농약이나 의약품 성분을 잘게 분해해 식물이 감당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놓습니다. 둘 중 하나만 있을 때는 제거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여러 번 나왔습니다.
다만 실험실에서 확인된 성적이 야외에서 그대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실제 하천에는 오염물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섞여 있고, 수온과 햇빛도 계절마다 달라집니다. 넓은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텃밭 물통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규모를 줄이면 텃밭에서도 같은 성질을 살릴 수 있습니다. 빗물 통이나 작은 물확에 개구리밥을 한 줌 띄워 보세요. 수면을 덮으면 햇빛이 줄어 녹조가 덜 끼고, 물에 녹은 질소와 인을 개구리밥이 먼저 가져가 물이 덜 상합니다.
- 일주일에 한 번, 수면의 절반쯤을 뜰채로 걷어 내세요. 그대로 두면 아래쪽 잎이 썩습니다.
- 걷어 낸 잎은 물기를 털어 퇴비 더미에 섞습니다. 질소가 많아 마른 낙엽과 잘 어울립니다.
- 닭이나 오리를 기른다면 생것 그대로 모이로 줘도 됩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깨끗한 물에서 자란 개구리밥만 흙과 가축에게 돌려보내세요. 도로 옆 배수로나 공장 근처 물에서 걷어 온 것은 조직에 중금속이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대로 퇴비로 쓰면 물에서 건져 낸 오염물을 텃밭 흙에 다시 넣는 셈입니다. 폐수를 걸러 사료나 퇴비 재료로 바꾸자는 구상이 아직 널리 자리 잡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걷어 낸 다음을 어떻게 할지가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개구리밥은 우리 기록에도 남아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물 위에 뜬 이 풀을 부평(浮萍)이라 적고 땀을 내고 오줌을 잘 통하게 하는 데 썼다고 전합니다. 전통 기록 수준의 근거이니 약으로 여기기보다, 옛사람도 이 풀을 눈여겨봤다는 정도로 읽으시면 됩니다.
오늘은 빗물 통 뚜껑을 열어 수면을 보세요. 초록 잎이 떠 있다면 버리는 대신 뜰채로 걷어 퇴비 더미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