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물을 대고 여름을 지낸 벼가 이삭을 채웁니다. 밥그릇에 담기는 흰쌀은 깨끗해 보이지만, 논흙이 중금속에 오염돼 있으면 벼는 카드뮴이나 비소를 조금씩 빨아들여 낟알에 남깁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 곧장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이 양을 줄일 방법을 찾던 한 연구진이 셀레늄이라는 미량 원소에 주목했습니다. 우리 몸에도 아주 적은 양이 필요한 원소이지만, 논에서는 벼 뿌리 둘레를 바꿔 놓았습니다.
셀레늄이 줄인 중금속
연구진은 여러 중금속에 오염된 논흙에 셀레늄을 두 가지 방식으로 주었습니다. 흙에 거름처럼 섞어 넣는 방식과 잎에 옅게 뿌리는 방식입니다. 그런 뒤 온실 화분에서 석 달 넘게 벼를 길러, 셀레늄을 주지 않은 벼와 견주었습니다.
흙에 셀레늄을 준 벼는 쌀 속 카드뮴이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비소와 납, 니켈도 함께 줄었습니다. 잎에 뿌린 경우도 줄기는 했지만 흙에 준 쪽보다 효과가 낮았습니다. 셀레늄 자체가 중금속을 없앤 것은 아닙니다. 벼 뿌리 둘레에서 일어난 변화가 중금속이 뿌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뿌리가 만든 철 피막
변화는 뿌리 안쪽에서 시작됐습니다. 셀레늄은 벼 안에서 옥신이라는 생장 호르몬을 늘렸고, 옥신이 늘자 뿌리 속 통기조직이 넓어졌습니다. 통기조직은 잎에서 들어온 산소를 물에 잠긴 뿌리 끝까지 옮기는 빈 조직입니다. 이 조직이 넓어지면서 뿌리는 둘레 흙으로 산소를 더 많이 내보냈습니다. 뿌리가 산소를 내보내면 그 둘레만 잠깐 산소가 도는 흙으로 바뀝니다.
산소가 늘자 흙에 녹아 있던 철과 망가니즈가 뿌리 표면에서 산화물로 굳었습니다. 그 결과 뿌리 겉에 붉은 녹빛을 띠는 얇은 철 피막이 생겼고, 이 실험에서는 그 양이 5배 넘게 늘었습니다. 카드뮴과 비소는 이 철 피막에 달라붙어 뿌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옥신에서 통기조직으로, 다시 산소와 철 피막으로 이어지는 이 변화가 셀레늄이 중금속을 줄인 과정으로 보입니다.
텃밭에서 새겨둘 점
이 연구는 논에서 이뤄졌지만, 뿌리에 산소가 닿아야 식물이 스스로를 지킨다는 점은 화분 텃밭에도 통합니다. 물을 너무 자주 줘 흙이 늘 젖어 있으면 뿌리가 산소를 받지 못하고 약해집니다. 물빠짐이 좋은 흙을 쓰고, 화분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게 살펴보세요. 벼처럼 물에 잠겨 자라는 작물이 아니라도, 뿌리에 공기가 통할 틈은 어떤 작물에나 필요합니다.
셀레늄은 우리 몸에도 필요한 미량 원소이지만, 많으면 도리어 해롭습니다. 그러니 텃밭 흙에 셀레늄 화합물을 임의로 뿌리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챙겨 보세요. 셀레늄이 넉넉한 먹거리는 우리 밥상에도 이미 올라와 있습니다.
- 현미와 귀리
- 마늘과 양파
- 브라질너트
오늘은 화분과 텃밭의 물빠짐부터 살펴보세요. 뿌리에 산소가 닿아야 식물이 스스로를 지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