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기준 9월이면 베란다 화분의 바질이 꽃대를 올립니다. 꽃대를 잘라 내고 잎을 한 움큼 따서 토마토 파스타에 올리다 보면, 이 잎이 몸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해집니다. 검색창에 '바질 효능'을 넣으면 여러 효능을 소개하는 글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 글들이 기대는 연구를 따라가 보면, 화분에서 기르는 바질과는 다른 식물을 다룬 연구가 섞여 있기도 합니다.
연구를 읽을 때는 학명부터 찾아보세요
요리에 쓰는 바질은 스위트 바질이고, 학명은 Ocimum basilicum입니다. 인도·이집트·인도네시아·태국·이탈리아에서 많이 기릅니다. 홀리 바질은 Ocimum tenuiflorum이라는 다른 종으로, 인도에서는 툴시(tulsi)라고 부릅니다. 두 식물 이름에 똑같이 '바질'이 붙어 있어 한 식물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홀리 바질 추출물을 사람에게 먹여 본 임상 연구는 인도에서 여러 건 보고되었습니다. 이 연구들은 종이 다를 뿐 아니라 잎이 아닌 추출물을 썼기 때문에, 화분의 스위트 바질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논문이나 기사를 볼 때는 제목과 요약에서 basilicum인지 tenuiflorum(옛 학명 sanctum)인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학명 한 단어로 그 결과가 요리용 바질 이야기인지부터 가려낼 수 있습니다.
스위트 바질 잎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
바질 잎의 향은 정유(에센셜 오일)에서 나옵니다. 리날룰(linalool)과 유게놀(eugenol)이 그 향을 만듭니다. 잎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과 비타민K도 들어 있습니다.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과 유게놀이 잎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조성 분석에서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넘어가면 근거가 약해집니다. 시험관과 동물 실험에서는 항산화 지표의 변화가 보고되었지만, 요리에 넣는 만큼 먹은 사람에게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핀 연구는 드뭅니다. 바질 정유가 여러 세균과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농축한 정유를 배지(미생물을 기르는 영양 물질)에 직접 넣은 조건에서 얻었습니다. 파스타 위의 잎 몇 장이 몸 안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연구마다 어떤 조건이었는지는 호미클럽 작물도감의 바질 항목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식후에 바질 잎을 우려 마시는 풍습은 남아시아와 지중해에서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이 쓰임은 전해 오는 기록으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마신 뒤 몸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현대 연구로 확인된 내용은 없습니다.
확인된 성분을 살려 먹는 법
베타카로틴과 비타민K는 기름에 녹는 성분이어서, 지방과 함께 먹을 때 잘 흡수됩니다. 올리브유에 잣·마늘·바질을 함께 갈아 만드는 페스토 제노베제(pesto genovese)가 이 조건에 맞습니다. 토마토·모차렐라·바질에 올리브유를 두르는 이탈리아의 카프레제도 같은 이유로 권할 만합니다. 토마토의 리코펜(lycopene)도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좋아집니다.
향을 내는 정유는 열에 약합니다. 오래 가열하면 향이 옅어지므로, 파스타나 피자에는 조리를 마친 뒤 신선한 잎을 올려 보세요. 레몬즙이나 식초로 만드는 드레싱에 넣어도 불을 쓰지 않으니 향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바질은 냉장고에 넣으면 검게 변하기 쉬우니, 가지째 잘라 물컵에 꽂아 상온에 두세요. 북반구 기준 5월에 씨를 뿌린 화분이면 6월부터 10월까지 잎을 딸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따 두기보다 먹을 만큼만 그때그때 따는 편이 향을 지키기 좋습니다.
많이 먹기 전에 확인할 점
바질 잎에는 비타민K가 넉넉히 들어 있습니다. 비타민K는 혈액 응고에 관여하고, 일부 정유 성분은 혈소판 응집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와파린(warfarin)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분은 페스토를 한 번에 많이 먹지 말고, 평소 먹는 양을 일정하게 지키는 편이 좋습니다. 약을 먹고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 보세요.
고용량 보충제는 잎과 따로 봐야 합니다. 바질 정유에는 에스트라골(estragole, 메틸 카비콜)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을 보충제로 많이, 오래 먹었을 때 간 부담과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동물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요리에 넣는 잎이나 차로 마시는 정도는 식이 수준이어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유 캡슐이나 농축 추출물은 잎 한 줌과 같은 음식으로 여기지 마세요.
오늘 저녁 바질 잎 몇 장을 올리브유와 함께 드시고, 다음에 바질 효능 기사를 열면 basilicum이라는 단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