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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머루, 껍질과 씨까지 몸에 닿는 가을 산포도

알이 잘고 신맛이 강한 머루의 안토시아닌·유기산·식이섬유, 그리고 즙과 잼으로 먹는 법

9월 하순, 시렁에 올린 머루 덩굴에 검게 익은 송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한 알을 입에 넣으면 단맛보다 신맛과 향이 앞서고, 두꺼운 껍질과 굵은 씨가 입안에 남습니다. 알이 잘아 먹을 것이 적어 보이죠. 그러나 몸에 닿는 성분을 살펴보면 색소는 껍질에서, 식이섬유는 주로 껍질과 씨에서 옵니다.

껍질에 든 색, 과즙에 든 신맛

머루는 산기슭 숲가에 덩굴을 뻗는 포도과 나무의 열매로, 포도속(Vitis)에 듭니다. 검붉은 빛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 계열 색소에서 옵니다. 연구자들은 포도속 열매의 껍질에서 이 색소를 여러 차례 분리해 보고했고, 알이 작을수록 무게에 견준 껍질의 비중이 커진다는 계측도 함께 실었습니다. 머루처럼 알이 잔 열매는 같은 무게를 먹어도 껍질을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식품 분석에 따르면 신맛은 주석산(tartaric acid)과 사과산(malic acid) 같은 유기산에서 옵니다. 야생 머루가 재배 포도보다 시게 느껴지는 것도 식품학에서는 산과 당의 비율 차이로 설명합니다. 당이 들어 있어도 산이 많아 단맛이 덜 느껴집니다. 식이섬유는 알맹이보다 껍질과 씨에 많습니다.

혀와 장에 닿는 순서

이 성분들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은 혀입니다. 유기산이 신맛으로 느껴지고, 껍질에 든 향이 함께 퍼집니다. 껍질까지 씹어 먹으면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은 채 장까지 내려갑니다. 식이섬유는 배변을 돕는 성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껍질째 먹는 머루도 그런 도움을 조금은 줄 것입니다.

색소 이야기는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안토시아닌 분석은 열매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지 밝힌 연구이고, 질병을 살핀 연구는 아닙니다. 머루를 먹어서 병을 막거나 고친다는 근거는 이 분석들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검붉은 껍질은 향과 식이섬유를 함께 먹는 부위로 보면 충분합니다.

전통 의서의 기록도 짧습니다. 17세기 조선의 의서 《동의보감》은 과일 항목인 果部에 머루를 영욱(蘡薁)으로 싣고, 한글 이름을 '묀 멀위'라 적었습니다. 《단심》을 인용해 산포도라 하고, 알이 잘고 맛이 시며 술을 담글 만하다고 서술한 것이 전부입니다. 약재의 성질과 맛을 가리키는 성미(性味)도 따로 밝히지 않았죠. 옛 의서의 기록은 지금의 영양학과 기준이 다르므로, 과거의 쓰임을 전하는 자료로 읽는 편이 알맞습니다.

껍질째 즙과 잼으로

색과 향이 껍질에 있으므로 머루는 껍질째 쓰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딴 송이가 있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 즙: 씻은 송이를 으깨 한동안 두었다가 짜고, 체에 걸러 씨를 빼세요. 껍질을 즙에 오래 담가 둘수록 색과 향이 진해집니다. 거른 즙은 냉장하고 이삼일 안에 드세요.
  • 잼: 즙을 거르고 남은 껍질과 과육에서 씨를 뺀 뒤 설탕과 함께 약한 불에 조리세요. 레몬즙을 조금 넣으면 굳기가 잡힙니다. 머루가 시어서 재배 포도로 만들 때보다 설탕이 조금 더 들어가니, 한 번에 한 숟갈쯤 즐겨 보세요.
  • 요구르트·치즈: 유제품의 지방과 만나면 머루의 강한 신맛이 누그러집니다. 조린 잼을 조금 얹거나 알을 통째로 곁들여 보세요.

다만 씨가 굵으니 아이에게 줄 때는 미리 발라 주세요.

시렁에 올려 기르고 가을에 거두기

머루는 추위에 매우 강해 영하 30℃ 안팎의 겨울을 납니다. 생육 적온은 18~28℃이고 5~32℃ 사이에서 자랍니다. 여름과 가을에 밤낮 기온 차가 큰 산간에서 알에 색과 향이 짙게 듭니다. 한국·일본·러시아의 산에 자생하고, 중국에서 많이 기릅니다.

텃밭에 들이려면 볕이 잘 들고 물이 고이지 않는 자리를 고르고, 덩굴이 뻗을 시렁이나 울타리를 심기 전에 세워 두세요. 물이 고이면 뿌리가 상합니다. 북반구 기준 3~4월에 묘목을 심습니다. 심은 해에는 열매가 거의 맺히지 않고, 두세 해 지나 덩굴이 굵어진 뒤부터 송이가 제대로 달립니다. 거두는 때는 북반구 기준 9~10월입니다. 산에서 딸 때는 비슷한 검은 열매와 헷갈리지 않도록 열매 빛깔만 보지 말고 잎과 덩굴손까지 확인하세요.

오늘은 머루 한 줌을 껍질까지 으깨 즙을 내고, 남은 껍질은 버리지 말고 잼으로 조려 보세요.

출처: 《동의보감》 果部 蘡薁 항목 · 포도속 열매의 색소와 유기산에 관한 식품 분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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