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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들깨, 동의보감이 본 건강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를 내려 준다고 본, 텃밭 끝자락의 향기로운 작물입니다.

텃밭 끝자락의 그 향기

호미님, 여름 텃밭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밭 가장자리에 슬그머니 자리 잡은 들깨와 마주치게 됩니다. 손으로 잎을 스치기만 해도 그 특유의 향이 손끝에 배지요. 깻잎은 쌈으로 올리고, 가을에 영근 씨앗은 갈아서 국에 풀고, 짜낸 들기름은 나물 한 접시를 단번에 살려 줍니다. 한 작물에서 잎과 씨와 기름까지, 식탁의 여러 자리를 채워 주는 고마운 손님입니다.

이 친근한 작물을 옛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동의보감을 한번 펼쳐 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봅니다

동의보감은 들깨를 약재 이름으로 들깨(荏子)라 적으면서, 성질은 따뜻하고(性溫) 맛은 매우며(味辛) 독은 없다(無毒)고 기록했습니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매운맛의 곡물로 본 셈입니다.

효능으로는 기를 내리고(下氣), 기침을 멎게 하며(止嗽), 갈증을 그치고(止渴), 폐를 윤택하게 하며(潤肺), 속을 보하고(補中), 정수를 채운다(塡精髓)고 적었습니다. 호흡기와 속을 함께 다스리는 곡물로 본 것이지요. 주해에서는 약기운이 가는 곳을 폐와 대장으로 보아, 호흡기와 장 건강에 동시에 작용한다고 풀이합니다.

먹는 법도 자세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심어 씨를 갈아 쌀과 섞어 죽을 쑤어 먹으면 매우 기름지고 맛이 좋으며, 기를 내리고 사람을 보익한다(下氣, 補益人)고 했습니다. 씨를 눌러 기름을 짜낸다는 대목도 있는데, 그 기름이 들기름입니다. 거의 익은 들깨 꼬투리를 따서 먹으면 향이 좋다(甚香美)는 기록도 보입니다.

잎, 곧 깻잎에 대해서도 따로 적었습니다. 속을 고르게 하고(調中) 냄새를 없애며(去臭氣), 치밀어 오르는 기침을 다스린다(治上氣咳嗽)고 했지요. 또 벌레에 물린 곳에 찧어 붙인다(搗付諸蟲咬)는 외용법도 함께 전합니다. 잎과 씨를 나누어 쓰임을 적어 둔 점이 눈에 띕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들깨를 두고 폐를 윤택하게 하고 마른기침을 다룬다고 본 대목은, 오늘날 들깨를 바라보는 시선과 묘하게 겹치는 데가 있습니다. 들깨 씨와 들기름에는 알파리놀렌산을 비롯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옛 기록이 말한 '윤택하게 한다'는 표현과 결이 통하는 셈입니다.

장을 다스린다고 본 관점도 견주어 볼 만합니다. 동의보감은 약기운이 대장으로 간다고 보았고, 주해는 들기름을 천연 완하제로, 식이섬유와 알파리놀렌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소개합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변이 묵직할 때 들깨와 들기름을 가까이 두는 식습관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다만 호미님, 여기서 한 가지 선을 그어 두고 싶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은 어디까지나 전통 의학의 관점이고, 들깨를 먹는다고 어떤 증상이 낫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옛사람들이 이렇게 보았고 오늘의 영양학이 어느 지점에서 그와 만난다, 그 정도로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텃밭에서 식탁으로

들깨는 잎부터 씨, 기름까지 버릴 데가 없습니다. 깻잎은 쌈으로 올리거나 장아찌·김치·전으로 만들고, 영근 씨앗은 갈아서 국이나 죽에 풀면 동의보감이 말한 들깨죽이 식탁에 오릅니다. 들깨가루를 따뜻한 물에 풀어 마시는 것도 옛 주해가 일러 준 방법입니다. 들깨미역국이나 들깨국수처럼 익숙한 음식으로 즐기셔도 좋습니다.

한 가지 주의도 곁들이겠습니다. 들기름은 산패가 빠른 기름입니다. 개봉한 뒤에는 한두 달 안에 쓰는 편이 좋고, 산패한 들기름은 오히려 활성산소를 늘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병으로 사서 서늘한 곳에 두고 부지런히 비우는 쪽을 권합니다.

올해도 텃밭 한 귀퉁이에 들깨 몇 포기 심어 두셨다면, 그 향과 함께 옛 의서가 남긴 기록도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같은 작물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 식탁 위에서 만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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