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텃밭 흙을 갈다 보면 삽 끝에서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올라옵니다. 그 둘레 흙은 유독 검고 부슬부슬하죠. 지렁이가 자주 드나든 자리입니다. 지렁이가 많은 텃밭은 흙이 부드럽고 물도 잘 빠집니다. 요즘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더위와 가뭄에 잘 견디는 지렁이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흙을 튼튼하게 만드는 이 작은 동물이 날씨가 험해질수록 더 요긴하기 때문입니다.
지렁이가 흙에서 하는 일
지렁이는 낙엽과 뿌리 부스러기, 음식물 찌꺼기 같은 유기물을 먹습니다. 먹은 것을 소화하고 남긴 배설물을 분변토라고 합니다. 분변토에는 식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질소와 인, 칼륨이 둘레 흙보다 여러 배 많습니다. 흙을 살리는 미생물도 훨씬 풍부합니다.
지렁이가 흙 속을 오가며 판 굴로는 물과 공기가 깊이 스며듭니다. 비가 쏟아져도 물이 고이지 않고, 가물어도 뿌리 언저리에 물기가 남습니다. 지렁이가 흙과 유기물을 섞어 아래로 내려 주니, 겉흙의 양분이 뿌리가 닿는 깊이까지 퍼집니다. 지렁이가 흔한 텃밭이 별다른 거름 없이도 잘 자라는 까닭입니다.
더 강한 지렁이를 찾는 이유
지렁이는 흙이 마르거나 온도가 크게 오르면 약합니다. 가뭄이 길어지면 흙 깊이 파고들어 활동을 멈추고, 더 마르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에도 예민한 편입니다. 여름이 길고 뜨거워지면서, 애써 늘려 놓은 지렁이가 한여름에 줄어드는 텃밭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더위와 마름을 잘 견디는 지렁이 계통을 골라 기르고 있습니다. 음식물 퇴비에 흔히 쓰는 붉은지렁이가 대표 대상입니다. 다만 아직 어떤 품종이 확실히 낫다고 이름 붙일 단계는 아닙니다. 튼튼한 지렁이를 꾸준히 얻게 되면, 가뭄이 잦은 밭에서도 땅심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텃밭에서 지렁이를 늘리려면
지렁이는 사다 넣기보다 살기 좋은 흙을 만들어 불러 모으는 편이 오래갑니다. 오늘 몇 가지만 챙겨 보세요.
- 유기물을 흙 위에 덮어 주세요. 낙엽과 풀, 잘 삭힌 음식물 퇴비가 지렁이의 먹이가 됩니다.
- 흙을 자주 뒤집지 마세요. 굴이 무너지면 지렁이가 자리를 옮깁니다.
- 흙이 바싹 마르지 않게 물기를 지켜 주세요. 짚이나 낙엽을 덮으면 수분이 오래 남습니다.
-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여 주세요. 지렁이가 먼저 사라지는 신호가 됩니다.
베란다 텃밭이라면 작은 지렁이 퇴비통을 하나 두어 보세요. 음식물 찌꺼기를 넣어 두면 분변토가 쌓이고, 그 흙을 화분에 섞어 주면 됩니다.
오늘 텃밭을 나서기 전에, 낙엽 한 줌을 흙 위에 덮어 주세요. 지렁이가 모여들면 흙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참고: 토양 무척추동물과 분변토 영양에 관한 토양생물학 연구, 농촌진흥청 지렁이 토양 개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