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둔 단호박을 도마에 올려 반으로 가르면 같은 이랑에서 자란 것끼리도 속살 색이 다릅니다. 하나는 연한 노랑에 가깝고, 옆의 것은 주황이 짙게 올라옵니다. 씨를 긁어내고 한 조각씩 썰어 보면 그 차이가 더 또렷해집니다.
색을 만드는 것은 카로티노이드입니다
단호박 과육의 색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얼마나 쌓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2026년에 나온 한 연구가 국내에서 기른 단호박 계통을 열매가 작은 것, 중간인 것, 큰 것으로 나눴습니다. 그런 다음 색소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여섯 곳을 비교하고, 같은 열매의 과육에서 색소량을 함께 쟀습니다. 측정한 색소는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베타크립토크산틴, 제아잔틴 네 가지입니다.
계통마다 이 유전자들에서 염기 하나가 다른 지점(단일염기다형성)이 나왔고, 그 차이는 색소 한 가지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전자 한 곳이 달라지면 여러 색소의 양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열매 길이와 연결된 표지는 색소 유전자와 별개였습니다. 큰 단호박이라고 속살이 진하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씨앗을 고를 때 열매 크기보다 품종 설명에 적힌 육색을 먼저 보는 편이 낫습니다.
네 색소가 몸에서 하는 일
- 베타카로틴 — 몸 안에서 비타민A로 바뀝니다. 어두운 곳에서 눈이 적응할 때, 피부와 점막을 건강하게 지킬 때 쓰입니다.
- 알파카로틴 — 역시 비타민A로 바뀌지만, 같은 양을 먹어도 바뀌는 양은 베타카로틴의 절반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 베타크립토크산틴 — 일부가 비타민A로 바뀝니다. 감과 귤에도 많이 들어 있는 색소입니다.
- 제아잔틴 — 비타민A로는 바뀌지 않고 눈 망막 가운데 황반에 모입니다. 루테인과 함께, 나이 들며 생기는 황반 변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이어집니다. 다만 치료에 쓰는 성분은 아닙니다.
속살이 진한 단호박일수록 이 색소들을 한꺼번에 많이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연한 노랑에 가까운 것은 같은 무게를 먹어도 들어오는 양이 적습니다.
덜 잃고 먹는 법
카로티노이드는 껍질 바로 안쪽에 가장 짙게 몰려 있습니다. 감자칼로 두껍게 깎지 말고, 수세미로 문질러 씻은 뒤 껍질째 쪄 보세요. 껍질이 부담스러우면 찐 다음 숟가락으로 살만 긁어내면 됩니다.
이 색소들은 물에 잘 녹지 않아 삶아도 크게 줄지 않습니다. 그래도 찌거나 굽는 쪽이 낫습니다. 열이 들어가면 조직이 부드러워져 몸으로 넘어오는 양이 늘어납니다. 기름에 녹는 성분이니 들기름 한 술을 두르거나, 호두와 잣을 곁들이거나, 우유를 부어 수프로 끓이면 흡수가 좋아집니다.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맨입에 먹는 것보다 낫습니다.
거둔 직후보다 서늘하고 바람 통하는 그늘에 2~3주 두었다가 먹으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오릅니다. 그사이 속살 색이 조금 더 짙어지는 계통도 있습니다. 자른 단호박은 랩을 씌워 냉장하고 사나흘 안에 쓰세요.
오늘 저녁에는 단호박 반통을 껍질째 쪄서 들기름 두른 소금에 찍어 드셔 보세요. 가장 색이 짙은 조각부터 아이 그릇에 담으면 됩니다.
참고 —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단호박 계통별 카로티노이드 유전자 표지 분석 연구, 202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