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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냉이, 동의보감이 본 건강

봄볕에 가장 먼저 올라오는 냉이를 동의보감은 간을 이롭게 하고 눈을 밝히는 채소로 적어 두었습니다.

텃밭 흙을 들추면 만나는 봄

호미님, 겨우내 얼었던 텃밭 흙이 조금 풀리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것이 냉이입니다. 밭두렁이나 묵힌 땅 어디서든 자라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도 죽지 않는 끈질긴 풀이지요. 동의보감도 냉이를 두고 들판에서 자라며 겨울을 넘기고도 죽지 않는다고 적어 두었으니, 옛사람들 역시 이 풀의 질긴 생명력을 눈여겨본 모양입니다. 호미 끝으로 살살 흙을 들춰 뿌리째 캐 올리면 알싸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손끝에 묻어납니다. 된장국 한 그릇에 넣어 끓이면 봄이 식탁에 먼저 도착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흔하게 만나는 냉이를 옛사람들은 그저 봄나물로만 두지 않았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냉이가 약재로 또렷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텃밭에서 캔 냉이 한 줌을 두고, 동의보감이 이 풀을 어떻게 보았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보았습니다

동의보감은 냉이를 제채(薺菜)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성질은 따뜻하고(性溫), 맛은 달며(味甘), 독이 없다(無毒)고 적었습니다. 흔히 봄나물이라 하면 쌉싸름한 기운을 떠올리지만, 동의보감은 냉이의 맛을 단맛 쪽으로 보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쓰임에 대해서는 간의 기운을 이롭게 하고(利肝氣), 속을 고르게 하며(和中), 오장을 이롭게 한다(利五藏)고 기록했습니다. 특히 냉이로 죽을 쑤어 먹으면 피를 이끌어 간으로 돌아가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明目)고 보았습니다. 간과 눈을 한데 묶어 본 것이 동의보감의 시선입니다.

냉이는 잎과 줄기만 쓴 것이 아닙니다. 동의보감은 부위를 나누어 적었습니다. 냉이 씨(薺菜子)는 석명자(菥蓂子)라고도 하며, 오장의 부족함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하며 눈의 통증을 다스린다고 보았습니다. 오래 먹으면 사물이 또렷하게 보인다고도 적었습니다. 뿌리(根)는 눈이 아픈 것을 다스리는 데 쓴다고 하였고, 줄기와 잎(莖葉)은 태워 재로 만들어 쓴다고 기록했습니다. 한 포기 안에서 부위마다 쓰임을 달리 본 셈이지요. 다만 동의보감은 냉이가 가을에 음 가운데 양을 품어 다시 돋아난다고도 적어, 추위를 견디는 이 풀의 생명력을 흥미롭게 풀어 두었습니다.

오늘의 영양학과 견주면

동의보감이 냉이를 눈을 밝히고 몸을 보하는 채소로 본 것을, 오늘의 영양 상식과 나란히 두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냉이는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넉넉하고, 철과 칼슘 같은 무기질도 들어 있는 봄철 채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A는 눈 건강과 연관이 깊은 영양소이니, 동의보감이 적은 명목(明目), 곧 눈을 밝게 본다는 기록과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철과 칼슘이 들어 있는 점은 겨우내 부실했던 몸을 봄에 추스르는 자양 채소라는 옛 인식과도 결을 같이합니다.

물론 이것을 두고 냉이가 어떤 병을 낫게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은 전통 의학의 관점이고, 오늘의 영양학은 또 다른 언어로 채소를 설명합니다. 다만 수백 년 전 책이 적어 둔 쓰임과 현대 영양 상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호미님이 캐는 봄나물 한 줌이 조금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텃밭에서 식탁으로

캔 냉이는 흙이 많으니 뿌리 사이사이를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주는 것이 좋습니다. 동의보감이 죽을 쑤어 먹는 법을 적었듯, 냉이는 쌀과 함께 끓이는 죽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된장을 푼 국에 넣거나, 살짝 데쳐 무침으로 내어도 봄 향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뿌리째 먹는 채소이니 손질할 때 잔뿌리를 너무 많이 다듬지 않아도 됩니다.

먹을 때 한 가지만 일러 두겠습니다. 냉이는 향과 맛이 진한 채소라 한 끼에 적당한 양을 즐기는 편이 좋고, 특별히 몸에 맞지 않거나 약을 드시는 경우라면 평소대로 음식으로 가볍게 드시기를 권합니다. 동의보감의 기록은 옛사람들이 이 풀을 어떻게 보았는지 알려 주는 길잡이일 뿐, 치료를 약속하는 처방은 아니니까요.

봄이 짧은 만큼 냉이가 올라오는 철도 길지 않습니다. 호미님 텃밭에 냉이가 돋거든, 한 줌 캐어 식탁에 봄을 먼저 들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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