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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가지 껍질의 보라색, 어디까지 밝혀졌을까요

나스닌 연구가 말해 주는 것과, 아직 말해 주지 않는 것

8월 텃밭에서 가지를 딸 때 손에 먼저 닿는 것은 껍질입니다. 볕을 오래 받은 열매일수록 보라색이 짙고 윤이 납니다. 북반구 기준으로 5월에 심은 모종이 7월부터 열매를 달기 시작해 10월까지 수확이 이어집니다. 더위에 강한 작물이라 한여름에도 꽃이 계속 핍니다. 여름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열매가 되는 까닭입니다.

가지를 검색하다 이 글을 연 분이라면 궁금한 것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저 보라색이 몸에 무엇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보라색을 만드는 성분

가지 껍질의 보라색은 나스닌(nasunin)이라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계열 색소가 냅니다. 과육 쪽에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같은 페놀산이 들어 있습니다. 두 성분 모두 항산화 활성을 두고 연구가 오래 쌓인 화합물입니다. 다만 성분이 실험에서 보인 활성과 가지를 먹은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가지를 먹어서 어떤 질환이 달라진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가지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고 칼로리는 낮습니다.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고 지나가는 탄수화물 성분이라 배를 채우면서 열량은 더하지 않습니다. 여름 반찬으로 가지를 자주 올릴 이유로는 이편이 더 확실합니다.

보충제 연구와 밥상의 차이

안토시아닌을 정제한 보충제를 사람에게 준 임상시험을 모은 메타분석이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 뜨는 효능 문구는 대체로 이런 연구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그 연구가 다룬 것은 정해진 용량의 보충제이고, 텃밭에서 딴 가지 한 개와는 성분의 형태도 양도 다릅니다. 그래서 보충제 시험 결과를 가지를 먹는 일의 효능으로 옮겨 적을 수는 없습니다.

가지 껍질에서 폴리페놀을 뽑아 식품 소재로 쓰려는 가공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려지던 껍질을 원료로 바꾸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이며, 가지를 조리해 먹는 일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효능을 말할 때 이 둘을 섞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껍질째, 기름과 함께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도 할 수 있는 선택은 있습니다. 색소는 껍질에 몰려 있으니 껍질을 벗기지 말고 조리해 보세요. 올리브유나 참기름의 지방은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가 몸에 흡수되는 양을 늘려 줍니다. 가지 튀김과 구이가 풍미와 영양 양쪽에서 오래 이어져 온 조리법인 까닭입니다.

조리 전 손질도 한 단계 챙겨 보세요.

  • 썬 가지를 소금에 살짝 절이면 쓴맛과 물기가 빠지고 식감이 정돈됩니다.
  • 가지는 성질이 다소 차다고 알려져 있어 마늘·생강 같은 따뜻한 양념과 함께 볶거나 조리면 균형이 잡힙니다.
  • 된장이나 간장과 만나면 담백한 맛에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한국의 가지나물·가지무침, 일본의 미소 구이가 모두 이 조합입니다.
  • 토마토·바질과 함께 익히면 지중해식 라타투이나 가지 파스타가 됩니다. 리코펜과 로즈마린산이 나스닌과 한 접시에 모입니다.

수확 달력과 궁합, 성분 목록은 가지 작물도감에 모아 두었습니다.

조심할 것

가지과 식물은 글리코알칼로이드(glycoalkaloid)를 공통으로 지닙니다. 익혀 먹는 보통의 조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양으로 봅니다. 다만 덜 익은 열매를 날로 많이 먹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빈속에 생가지를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이 됩니다. 한국·일본·중국 요리에서 가지를 날로 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위장이 약한 사람은 따뜻한 양념 없이 만든 가지찜이나 가지물김치를 한 번에 많이 드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편두통이 잦은 사람은 한 가지를 더 기억해 주세요. 가지에는 티라민(tyramine)이 들어 있어 편두통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숙성 치즈나 발효식품처럼 티라민이 많은 음식과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피해 주세요.

먹는 부위는 열매입니다. 《동의보감》 채부(菜部)는 가지의 뿌리와 마른 줄기·잎(根及枯莖葉)을 약재로 쓴 기록을 남겼습니다만, 옛 의서의 기록일 뿐 밥상에 올리는 부위가 아닙니다. 열매가 아닌 부위를 임의로 달여 마시지 마세요. 사서 먹는 가지는 잔류 농약 감시 대상에 들어갑니다. 믿을 만한 산지를 고르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으면 됩니다.

가지는 중국·인도·이집트·터키·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납니다. 기후가 서로 다른 여러 곳에서 여름 열매로 쓰여 온 작물입니다. 오늘 딴 가지가 있다면 껍질을 벗기지 말고 반으로 갈라,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껍질이 아래로 가게 올려 구워 보세요. 보라색이 그대로 남습니다. 효능을 크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 반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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